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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05. 2022

최선을 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금산 휴게소였다. 차에서 누워서 쉬던 중이었다. 옆차 운전자가 문콕을 했다. 차가 흔들려서 알게 된 것이다. 바로 나가서 운전자에게 문콕하셨다고. 


나 보다는 나이가 많고, 점잖게 생긴 분이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문콕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이 모습에 모든 사람들은 평상시에, '잡아떼는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 들었다. 혹은 불리하면 무조건 큰소리부터 쳐야 한다고 몸에 밴 것 같았다. 


내가 흥분해서, 상대 운전석 문을 열며 시범 보였다. 이 보시라고, 여기 닿지 않았냐고. 


그 분은, 당신이 지금 닿게해서 흠집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을 부르고, 각자의 보험 직원이 왔다. 난 사과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그 분의 부인이 있었는데, 내게 오더니 가슴에 손을 얹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실을 말하라고 했다. 정말 우리가 문콕했냐고, 그렇게 사시면 안된다고. 


그 태도에, 살아갈 날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고령화 시대에는 이런 노인들이 우글거리겠지. 


두 시간 동안 지체했고, 경찰은 내게 오더니, 상대가 문콕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는 반면, 내가 시범을 보이며 상대문에 닿은 것은 명확하다. 형사와 민사가 얽힌 복잡한 일이 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내가 가해자가 될 판. 


가해자는 '가도 되냐'며 의기양양 떠났다. 나는 공권력을 낭비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경찰에게 읍했다. 그래도, 있던 일을 아니라고 우기는 것에 화가 났다고 하자, 경찰도 이해한다며 떠났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결국은 상대가 문콕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서 내가 당한 것이다. 그걸 왜 내가 입증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이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형사로 간다면, 기소권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이 정도 일로 사건처리할 검사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손해니까, 나는 느긋하게 버티면 되는 일이었다. 


이 생각을 못했다. 왜냐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관성적으로 바쁘게 살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보니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가고, 빨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70%만 에너지를 쓰고, 30%는 보존한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다. 피곤에 찌들고 탈진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항상 밝을려면 예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근데 최선을 다 하는 것 보다, 적당하게 하기가 더 어렵다. 왜냐면, 바쁘게 움직이고 죽을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들어왔고, 그렇게 습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120%로 전력질주 해서 살아간다면, 말 잘 듣는 일꾼이 된다. 결국 남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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