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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경험이다

by 글짓ㄱing

평생 별을 보고 살고 싶었던 A는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우연히 수능을 너무 잘 본 그는 원하는 학교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그였지만 지금 상황에선 의대도 갈 수 있고 치대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딱히 의대에 진학하고 싶던 게 아니었지만, A는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회가 인정하는 직업.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

딱히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택지가 그에게 주어졌다. 꿈이 흔들린 그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의대를 선택했고 일평생 의사로 살아간다.


간간히 그는 생각했다.

만약 천문학자가 되었다면 나는 재능이 있었을까.

천문학계에 획을 긋는 논문을 발표하진 않았을까.

어쩌면 나만의 별을 찾지 않았을까.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이라 그 성취에서 오는 행복감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의사로써의 그의 실제 삶은 세상에 획을 그을만한 사건은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기에 수많은 환자가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을 때는 천체망원경을 구입하여 별을 탐구했다. 별을 보는 건 그에게 더 이상 열망이나 성취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취미가 되었다.


kid's dream



그는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불행한 인생을 산 것일까.

의대에 진학한 그의 선택은 덜 행복한 길로 가는 선택이었을까.


행복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막연한 관념도 아니다.


그가 천체망원경을 구입할 수 있어서 천문학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한 것이 아니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의사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하루하루 경험이 그에게 행복감을 주었고 별을 보는 행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여전히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인생에 있어서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로는 분명 중요하다. 하나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떤 선택도 무조건적인 행복을 수반하진 않는다.

중요한 건 어떠한 선택을 했든 간에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이다. 책임을 따르는 자세에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려 한다.


들판에 바람 따라이러저리 흩날리는 민들레씨는 아무런 맥락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서로 엉키고 싶은 바이러스처럼 꽃을 만개한다. 하나의 민들레씨밖에 되지 않지만, 하루하루 느끼는 바람에 웃을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을 가까이 두고 있는게 아닐까.


happy se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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