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만나는 방법

by 사고 뭉치

지난달 6일로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13년이 흘렀다. 세월은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둘 씻어내려 했다. 아버지를 영영 볼 수 없다는 현실은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힘겨웠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눈물은 틈만 나면 흘러내렸고, 그 감정을 견디는 하루하루는 감기처럼 오래 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도 조금씩 바래지기 시작했다. 바쁜 삶이 슬픔의 트라우마를 밀어냈고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보았다. 내 촬영 실력이 부족하여 대부분 초점이 나간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엇이 그리도 좋았는지 환하게 웃는 당신의 모습에서 내 가슴은 더 미어지기만 했다. 우리 집에 놀러 오셔도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조용히 설거지를 해놓고 댁으로 갔던 분이었다. 이따금 자필로 아내와 나에게 안부 편지도 보내주던 따뜻한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 덕분에 허물없이 지냈다. 아내에게도 친정아버지처럼 대하려고 애쓰던 심성이 고운 분이었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사진 속 미소보다도 더욱 가슴 저리는 두 개의 영상이 남아있다. 갤럭시 탭을 자랑삼아 보여 드리려고 아버지의 모습을 시험 삼아 찍어본 것이다. 아버지에게 신기술이란 별 관심이 많지 않은 듯했다. 3분이 채 되지않은 영상 내내, 얼마 전 발생했던 일본 쓰나미를 걱정하는 대사로 이어지고 있었다. 잘해드리지 못한 반성이 일본 대재앙의 영상으로 눈물이 그칠법한 장면이지만 나에게는 더한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는 앞으로 살아갈 세대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투병 중이었고, 노쇠한 모습으로 아버지 댁의 방에서 녹화한 평범한 영상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선물같이 남겨준 소중한 장면이다. 사진이 절대 대체하지 못할 움직이는 장면과 생전의 육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왜 한 번뿐이었을까. 왜 그토록 많은 날 중에서 단 한 번만 그 순간을 남겼을까. 늘 그렇듯 사랑은 떠난 뒤에야 가슴을 찌른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영상은 오늘도 내 폰과 컴퓨터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다. 불효자는 항상 이런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가슴을 치고 땅을 치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당신과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장지로 향하던 날에도 영상을 담았다. 공원묘원의 화창했던 풍광과 선선한 바람이 화면에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볼 수 없었고 새들의 지저귐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오로지 영정 속의 아버지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밤 잠시라도 찾아와 주세요. 꼭 말씀을 안 하셔도 괜찮아요. 그저 그 눈빛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그곳에선 고통 없이 평안하시길 바랄께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다만, 가끔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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