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빠.
갑자기 오늘 저녁 레슨이 취소 되었다.
내일 출근을 위해 빨래를 돌린 뒤 할 일이 없어 드럼 스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거절이다.
이제 관계도 정리할 겸 왠만한 통화는 결이 맞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작년의 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없었기에 그런갑다 하고, 말았다. 레슨생 녹음 수업 자료를 작업중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 보니, 나의 선생이었다.
.
"잘 지내나?"
스승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대 중반이었던 스승은 이제 50이 넘었고 그 사이 여러 일들이 있었다.
"저 국밥집에서 투잡 뛰어요"
"왜? 힘드나? 뭔 일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싶었지만, 우리 스승. 그럴 일 없다.
"몇 시간 일하노?"
"11시간예"
"연습은 못 하겠제? 그러고도 괘안나?"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내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연습도 내 몸을 돌보기도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무릎 연골이 닳아 걷기도 힘든 상황이라 뭐라 이야기하기 뭐했지만, 그의 지난 1년 넘은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50 넘은 노인네(?)가 아직도 서너시간 하루도 빠짐 없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제가 바빠서요"라던가 겐세이를 넣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 삶을 어느정도 알고는 있기에 "그래 욕 본다고 고생한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음악과 드럼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이야길 했다.
.
그렇다. 요새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 11시간 서서 일하느라 대체 내가 무얼 하고 있는가 고민하던 터였지만, 그 마저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이다. 선택한 일 안에서의 작은 사회에서, 나는 또 어떤 세계를 원하는 지를 알 수 있었고, 그 마저도 몸이 축나버리 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
.
부업을 뛰며 나머지 날엔 레슨을 하고, 쉬는 날 없는 일주일을 보낸 지 6주가 되었다. 예상했듯, 조심스럽다. "시발 이만큼 고생하고 있어"라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중간에 운동도 하고 마저 작업중인 홈페이지 코딩도 공부하고 있다. 그 행위들이 내가 쳐 놓은 결계를 넘어 '아니 시바?'라는 생각을 하도록 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다. 가까스로.
그 와중에 스승과의 통화로, 알수 있었다. 스승은 현재 건강하게 살아보려 애쓰고 있고 오히려 음악적인 드럼보다는 서비스직으로의 드럼을 삶으로 받아들였다는 점, 그래서 마음만큼은 여유롭고 세상의 흐름에 굳이 겐세이를 놓지 않겠다는 마음 등을 들었다.
.
기쁘고 즐겁단다. 1년 전 보다.
그러면 됐다.
염려스러웠던 1년 전의 스승의 모습이, 오히려 여유가 생긴 덕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참 즐거운 통화였다.
"즐거움이 다 잖아요. 형님 작년보다 즐거워 보여서 참 다행이예요.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라고 같잖은 이야길 꺼냈다. 알고 있지만 그걸 지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삶이고, 그렇게 11시간을 다른 일을 하며 드럼 연습과 레슨, 연주와 작곡을 한다는 게 어떤 일인 지 알기에.
갑자기 "워매 그걸 아나 니는?"라는 말에 아, 예...라는 반응 밖에 못했다.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니 연습 언제할끼고? 근무가 11시간 이라매?"
"그럼에도 하고 있습니다"
"아..."
탄식이라는 게 어떤건지 이제 알것 같다. '그럼에도' 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살고 있다는 '자체'가.
순간 여러 감정과 눈물이 소용돌이 쳤다. 별거 아닐 수 있어도, 참 그렇다. 11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근무하면서 중간에 밥 먹는 10분을 제외하고는 앉아 있는 시간이 없는 나로서는, 앉아서 연습하고 모션을 연구하고 수업을 고민하는 그 행위가 얼마나 큰 수련인지를.
형님께는 일일이 말할 수 없었다. 그걸 공감할 여유가 없는 삶이니까. 허나, 그에게 받은 질문은 계속 남을거다.
'그럼에도' '연습'을 '하고 있느냐?'
아직 yes인걸 보면, "스승"들의 말을 지키고 실천하려하는 작은 행위들이 훼손되기 싫은 단 하나의 이유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명백히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과
사랑하기 위한 자세와
기회가 온다면 잡을 직감을 세우고 있는,
그 하루하루가 헛되지 않다는 걸.
그냥, 해볼 일이다.
.
그냥, 하면 된다.
시바, 좆빠.
(는 강원도 욕입니다. 양해 바라지 않습니다)
feat. 영화, 꽃 피는 봄이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