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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Aug 22. 2023

서점 주인이 되어볼 수도 있고


요즘 다니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꿈을 물어보고 작가의 꿈, 책을 내는 꿈, 공모전 당선되는 꿈 등을 공유한다. 내게도 꿈을 물어본다. 난감한 질문이다. 사실 난 딱히 되고 싶은 것이 없다. 굳이 꼽으라면 어렸을 때 되고 싶었던 서점 주인이랄까.


어렸을 적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난 거의 매일 우리 동네 서점을 들렀다. 서점 주인은 계산하는 곳에 앉아 항상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포우의 작품이나 <프랑스 혁명사> 같은 역사서를 주로 읽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책에 둘러싸여 책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학교 갈 필요 없이.’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그건 솔직히 서점 주인이 진짜로 되고 싶다는 맘보다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맘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저녁식사시간에 이런저런 얘기 끝에 글쓰기 모임에서 서로 꿈을 나눈다는 얘기를 했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서점 주인’은 직업 아냐? 꿈은 장래희망이 아니야. 장래희망은 직업에 국한되어 있지만 꿈은 직업에 국한되지 않아.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면 ‘서점 주인'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꿈이 되어야지.”


엥? 뭐지? 이 고차원적인 말은? 어렵다.


“꿈이 정확한 사람은, 남의 꿈도 궁금해하지 않고 본인이 되어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아서, 막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것만 배우거든. 엄만 글쓰기가 좋으니까 글쓰기를 배우고 있잖아. 작가는 '직업'이니까 엄마의 꿈이 될 순 없어. 근데 엄마는 글쓰기가 좋으니 글을 쓴다는 것, 그 행위자체가 엄마의 꿈이 되는 거야.”


“엄만 남들의 꿈도 궁금하지 않다고 했지? 남의 꿈에 대해 궁금한 것은 본인의 꿈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거나 그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야. 엄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고 그 자체가 행복한 엄마의 꿈이고 그걸 실행하고 있으니 계속하면 되는 거지.”


뭔가 복잡하게 날 칭찬하고 있는 말인 거 같다.


“그럼 남들의 꿈에도 관심 없고 나도 딱히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이 상태가 정상이라는 거지?”


“엄마! 엄만 지금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니까. 실행하고 있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지. 꿈에 대해 물어보고 얘기하고…. 말만 하면 뭐 하냐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데 말만 풍성하고 써놓은 것이 없다면 어떻게 작가가 되고 책을 낼 거냐고. 엄만 완전 정상이라고!”


오호! 난 완전 정상이다. 그냥 이대로 딱히 뭐가 되고 싶은 게 없어도 꾸준히 쓰고 그려나가면 되는 거다. 내 서랍에 그림과 글이 도토리처럼 쌓이다 보면 꿈도 생기고 길도 생기겠지. 서점 주인이 되어 볼 수도 있고.


그나저나 저 정도 말솜씨면 우리 아들한테 이젠 내가 좀 밀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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