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ho Oct 24. 2021

이거 무례한 부탁일까요?

맛있는 커피 한 잔의 어려움

커피를 제법 좋아하게 되면 좋은 커피 또는 나쁜 커피를 알아보게 됩니다. 세상에 나쁜 커피가 어디있어?! 라고 하겠지만 제가 말하는 나쁜 커피는 '본래 가지고 있는 커피의 색채를 전부 끌어내지 못한 커피'를 말합니다. 로스팅 일수도 있겠고, 쉽게는 레시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휴 너무 많은 걸 다루는데 그거 좀 살살합시다, 라는 말을 하고 싶기도 한데 결국 커피라는 걸 이해하고, 알아가고 그리고 궁금해지면 '이게 지금 본래의 맛이 잘 표현된 건가요?'라는 궁금증이 들기 마련이죠. 여러분도 어떤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커피를 마시고, '아 이거 집에서도 마셔야지'하고 원두를 사 갔는데 영 그 맛이 안 나서 갸우뚱거린 적, 없나요?


그래서 저는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겁니다. 분명 확하거나, 일관된 맛을 내야 하는 것이 맞고 그러자니 많은 것들을 조정하거나 조절해야 하고. 그럼 결국 장사의 본질적인 영역까지 고민을 하게 되니까. 무척 빡빡해집니다. 피곤하기도 해요.


제법 난다 긴다 하는 카페를 가서 커피를 마십니다. 와, 이거 너무 하다 싶은 커피가 나옵니다. 으레 궁금해지는 겁니다. 이거 혹시 어딘가 잘못된 것은 아냐? 식당에 가서 고기가 덜 익혀져서 나오면 묻듯, 카페에서 커피에 대해서도 좀 물어보면 어떨까요. 고작 칠팔천 원짜리 음료 가지고 너무 유난 떨지 말라구요?


그럼, 원두를 사 가지고 옵니다. 정말 예쁜 포장지에 정성스럽게 담겨있고 다양한 컵 노트도 마주합니다. 흐음-. 왁, 봉투를 여는 순간 퍼져 나오는 콩 풋내. 핸드 그라인더를 쓰는 탓에 원두의 단단함이 손으로 전해지는데 마치 생두를 갈아내는 기분마저 듭니다. 참자 참자 하는데 실버스킨 가득한 분쇄 원두를 보고 다시금 고민을 해 봅니다. 흐음-.


분명 로스팅 정도가 약한 것들은 티(tea)의 느낌이 납니다. 시럽 같다, 캐모마일이다, 싱그러운 꽃의 향이다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맛에서 비릿함, 찐 콩 내음, 식물 뿌리를 잘근잘근 씹은 쓴 맛이 남아 있는 경험도 제법 됩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을 하는 겁니다. 한 잔을 더 시켜서 말이죠. 혹시 지금 추출된 커피 레시피, 어떻게 될까요?


아마 '한 잔'의 개념이기에 매상/매출 개념에서 마구마구 샷을 내리거나 여러 잔의 커피를 테스트하듯 뽑아내어 고객에게 주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런 부분도 약간 개념을 비틀어서 접근하면 어떨까요. 저는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매 순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데 많은 변수로 인해 실패 또는 틀어진 커피가 나올 수 있기 마련이고, 나아가서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 바리스타와의 소통을 경험하는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그때까지는 불가피하게 제가 추출 레시피에 대해,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할 텐데.


이거, 역시 무례한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