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긍정적으로 봐야만 합니다. 힘들어도요.
최근 몇몇 카페를 가면 꼭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시작점과 지향점 그리고 지금 닿아있는 것들인데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너무 많은 카페들이 생겨나서, 그 외 여러 이유들을 듣고 오니 저도 어딘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돌파구를 만들고 찾아야겠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매장을 어떤 식으로 특화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남들이 하다 보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하는 메뉴, 디저트 그러다 보니 콘텐츠에 한계가 금방 찾아오고 점점 본인의 커피를 본질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투자와 시도 그리고 낭비가 벌어지는 걸 보니 정말 아찔합니다.
꼭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이 있어야만 카페일까요?
꼭 브루잉 커피를 해야만 카페일까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나요? / 무엇을 기대했으면 좋겠나요?
여기를 다시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몇 개의 커피 비즈니스 기획서와 계획서를 쓰면서 유독 제가 날카롭거나 신경질적인 질문을 던졌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이 아니라 꾸준히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커피 안에서도 말이죠. 어떤 음료의 계절이 돌아오고, 특정 디저트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러다 보면 또 인테리어 가지고도 유행이 돌고. 최근에는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이었습니다. 데미타세 따위를 몇 개씩 쌓아 올리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이었죠. #에스프레소바 #에쏘
물론 지역적인 비즈니스에 따라 타깃을 달리 할 겁니다. 아예 '관광지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동네 단골 카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주에는 동네를 한 바퀴 돌다 한숨만 팍팍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다른 업종도 그러하겠지만 카페 매물만 예닐 곱개가 나와있고, 폐업/임대가 걸려있었거든요. 매장 앞에 서서 사진을 찍다가 도저히 올릴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것, 이미 과열된 시장은 상생의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죽어나가야 끝나는 싸움인 거죠. 그런 데다가 계속해서 변화를 주거나 새로움을 입혀야 하니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을 수밖에 없겠죠.
집 앞 카페 골목의 개인 카페 아메리카노 최저 가격은 3,800원이었습니다. 최대 4,800원도 있었구요. 바로 앞 대로변으로 나가면 저가형 프랜차이즈가 즐비합니다. 컴포즈, 메가커피, 더벤티가 있는데 최저 가격 1,500원부터 최대 1,800원입니다. 승부가 될까요. 자꾸 이케아에서 이상한 가구랑 커튼 사 올 생각하지 마시구요 제발.
개인 카페를 일방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구요. 다만 개인 카페를 준비하고 창업하는 시간이 빨라지는 만큼, 개인 카페가 자생할 수 있는 시간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장밋빛 카페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이미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게끔 된 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인 겁니다. 커피라서 성공한 게 아니라요.
분명 산업과 기반 시스템, 인프라가 건전하게 성장해야 이후의 세대에서도 이 산업과 직종, 직군을 전망 있게 바라보겠지요. 하지만 어딘지 이 산업은 돈이 돈을 먹는 구조 속에서 자꾸만 본질적인 것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하나 둘 접근하고 설파하고 있지요. 덕분에 제 고집만 늘어가는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