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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Oct 21. 2023

우야돈동 다녀야지

2023년 10월 21일 

 오늘은 어린이집 체육대회였다.  생생하게 기록할수록 언젠가 지인-특히 원장님과 엄마들이 알게 될까?라는 허튼 상상력이 발동된다. 아무튼 우기면 그만이니 솔직하게 쓴다.

  아주 작은 일도 수고롭다. 아주 작은 일 - 이름표를 만들 때에도 누군가 시트지를 주문하고 전체 명단을 만들고 동그랗게 300개가량을 오리고 이름을 쓰고 정리했다. 총 소요시간과 인력을 헤아릴 수 없이 분주했다. 이건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니 2시간짜리 행사를 위한 준비는 어마무시했을 것.. 모든 일에는 뒤에서 수고가 필요하다는 걸 이렇게 배울 필요가 있었을까? 

 

 오늘 비바람을 맞으며 출근할 때 내 머릿속에는 아침에 준다고 했던 김밥 한 줄과 점심에 먹을 고기. 다음 주에 받을 월급 생각뿐이었다. 


 반에서는 방긋방긋 웃는 영아(만 1세들은 특히 그렇다)가 큰 강당에 들어오니 문 앞에서부터 얼고, 우는 모습을 보니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싶다가도 잘 뛰어노는 유아들과 줄다리기하다가 몸이 튕겨져 나가는 엄마들과 계주를 하겠다고 준비운동을 하는 아빠들을 보면 아무튼 즐거워 보인다 싶기도 하고, 나도 4인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일은 여전히 고되지만 우야돈동 다니면서 잘 살아야 결혼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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