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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Dec 10. 2023

독감과 일상

2023년 12월 10일

1. 수요일에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목요일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고열에 조퇴하고 겨우 출근을 했었는데 - 이 상태로는 안된다 싶어서 반차를 내겠다고 말했는데 병원에 가보라는 선생님들의 말에 다녀왔더니 결과는…  독감이었다. 항체형성은 예방주사를 맞은 후 보름은 지나야 형성되는 것이어서 - 이미 잠복기였던 자가 주사를 맞으면 독감이 드러나는 거라고.  

 나는 그동안 독감이 예외라고 생각했다. 별 수 없는 건데. 약 먹고 자고 밥 먹고를 반복하다 보니 주일저녁이다. 오전예배와 저녁예배 사이 텀이 길어서 불평했던 지난주일이 떠오른다.


2. 사실 알고 있었다. 상대가 호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평생 금사빠라고 생각했건만 아니었다.  마음이 움직일 때는 서사가 있다. 알음알음 스멀스멀 느물 느물. 좋아지는 마음은 아무튼 간 소중하다.

 <웰컴투삼달리>를 정주행 중이다. 여주인공 삼달은 난데없는 날벼락 부하직원과 바람피운 남자친구도 모질라 그 부하직원이 갑질로 오히려 삼달을 고달프게 만드는  을 맞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삼달 이만 모르고 보는 사람은 다 아는 남자주인공, 용필과 조우한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마다 세포들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미밖에 없다고 했다. 내 인생도 드라마면 좋겠다. 기획의도와 등장인물들이 딱딱딱. 나도 서사가 있는 여주인공이면 좋겠다. 아니, 나만 주인공인 극 말고 하나님이 내 인생에 남자 주연을 한 명 주셨으면 좋겠다. 아빠랑 오빠 말고 다른 집에서 자란 멋들어진 남자로.



p27  ‘ 내가 바뀌면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자기 비난 속에는 이런 희망이 숨어 있다.

P275  그녀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다.

p59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은 남자와의 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나는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가 아니라 그는 나를 얼마나 사랑(필요)하는가?”를 묻는다.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중에서


막상 그 한 사람이 나타나면 감당할 수나 있나? 나이는 서른셋이지만 마음은 아직 스물셋 같다. 피부와 건강이 그러면 좋을 텐데 으하하



3,  왜 행복보다 불행을 글로 쓰게 되는 걸까. 누가 논문으로 내줬으면 좋겠다. 사실 그간 굉장히 잘 지냈다. 11만 원짜리 소개팅(부가세별도)이 파투가 나도 생활비가 남아있다. 어린이집 애들이랑 지내는 일상이 좋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몰입을 해서인지 시간도 후딱후딱 잘 간다. 우울이나 불안에 대해 생각할 틈 없이 지냈다. 아프다고 열수건을 수시로 갈아주는 오빠도 있다. 부모님도 삼시 세 끼를 꼬박 챙겨주고 살뜰히 걱정한다. 막 컸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제법 귀하게 크고 있었다. 감사를 세어본다. 퇴고하지 않고 글을 쓴다.


4. p30 미지의 미래가 우리 앞에 서서히 펼쳐질 때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모험보다는 미래를 미리 아는 안전을 원한다. (중략) 미래를 알려는 이런 욕망은 태고 적부터 인류를 지배해 왔다.

- 하나님의 뜻, 제럴드 싯처 -


오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면 오늘 슬퍼해도 되지만 아니라면 돌아봐야 한다. 염려, 슬픔, 두려움, 불안함이  미래에 대한 확신,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온다면. 내가 주께 묻는 것이 오롯이 미래를 미리 아는 안전뿐이라면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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