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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도서관에 다녀왔다.

2024년 9월 23일

by 김제리

매일 브런치에 일기 올리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실제로 일기는 쓰고 있으나 브런치까지 오려면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켜야 하는 작은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예상한다. 쉬는 김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 싶어 서울 투어를 하고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아점을 먹는다. 뾰루지가 듬성듬성 난 얼굴을 핑계 삼아 미용을 위한 화장은 넘기고 선크림만 바른다. 소요시간은 20분은 더 걸리지만 버스를 탄다.


남산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여행 같다. 시야가 탁 트여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남산도서관을 올라가면 왼켠에는 자판기가 있고 도서대출반납기계가 있다. 이 정도면 동네 도서관이랑 비슷하다 싶어 실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2층까지 올라가 보면 마음이 바뀐다. 창 너머로 비친 울창한 나무와 푸른 하늘이 여기는 다르다고 진한 글씨로 말해주었다. 도서관 모서리에 자리를 잡고 까끌까글한 노란 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진 책을 잡았다. 폭풍의 언덕. 이거 중딩 때 학습만화로 봤었는데, 집어 들자 낯선 외국 이름이 나온다. 이거 해피엔딩이 아닌 걸까? 20페이지 정도 읽고 나무위키에 검색한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고전인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한 두어 장 넘기고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계속 보기를 번복하다가- 창 너머로 보이는 나무가 멋들어지는데 멋진 풍경 속에 일부인 나 자신도 좋아진다. 다시 오고 싶은 마음에 책을 빌렸다. 가방에 한아름 책을 짊어지고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시리도록 에어컨이 빵빵하고 창 밖으로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평소였으면 한참 일했을 시간에 오고 가는 재미가 있는 백수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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