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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Jan 03. 2022

공시생이 쓰는 사소한 하루

고시원, 하늘 한 뼘.

 


아침 8시에 일어나 뒤쳐진다는 생각에 번뜩 잠에 깹니다. 누군가 마음을 자근자근 발로 밟는 느낌. 다른 사람은 벌써 공부를 시작했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감정을 휘휘 저어보고 양치질만 하고 책상에 앉습니다. 누가 봐도 세수조차 안 한 얼굴이지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널브러진 책상에 앉으면 지난밤 공부했던 흔적이 역력합니다. 왜 정리를 안 한 걸까요 어제의 저는..



 머그컵에 두유를 붓고  위에는 시리얼탈탈탈 소리를 내며 넣습니. 흘린 시리얼을 주워 먹는  . 어그적 씹으며 인강을 틉니. 아이패드  화면은  없이 움직이고, 멈춰있는 몸뚱이는 뻐근해집니다. 하루에 얼추 14시간쯤 책상에 앉아있을까요? 심지어 2,000걷는  마는  합니. 몸이 비명을 지릅니다. 무리해서 며칠 누워있던 지난주를 교훈 삼아 폼롤러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로 가장 짧은 영상을 찾는다. 따라 하다 보면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하루 종일 몸을 구부정하게 멋대로 쓰고 자기  12분으로 해결하려는 심보가 욕심이겠지요. 욕심을 알아도 버리는 건 어렵습니다. 


 길을 걷거나 자기 전 눈을 감으면 인강 선생님들 얼굴과 파편적인 단어가 튀어나옵니다. 장면 속에 칠판에는 수여 동사가 수동태일 때는 동사원형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는 내용을 설명해줄 때의 칠판의 판서라던가. 행정법 총론 책에서 보는 그림 같은 글자들…


공부를 한참 하다가 밤 10시쯤 되면 놀고 싶어서 눈물이 주룩 흐릅니다. 여느 공시생이 그러하듯, 합격을 하고 기뻐할 부모님의 얼굴과 환희에 찬 자신을 그립니다. 거울을 보면 초췌한 눈 아래 눈물자욱이 마른 얼굴로 인강을 보는 공시생이 보입니다. 바로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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