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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Feb 13. 2022

공시생의 겨울

고시촌 고시원에서 보내는 1월


 2022년 1월이 밝았습니다. 생각보다 무게가 느껴는 숫자입니다. 마음으로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공시생은 오늘도 졸음이 쏟아집니다. 공시생에게 슬럼프만큼이나 힘든 건 부족한 체력입니다. 두통과 어깨, 허리가 아파오는 순간… 책상에 앉을 수 조차 없게 될 때,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납니다.


 공부가 안될 때는, 정확히는 하고 싶지 않을 때, 합격수기를 검색합니다. 모니터 너머로 합격자의 길을 훔쳐봅니다. 두문불출 공부만 했다는 사람도 있고 가끔은 나가서 놀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합격을 한 뒤에야 설득력이 얹어졌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빨간 날도 주말도 큰 의미가 없이 공부만 하는 공시생, 감정도 무게를 재어볼 수 있다면 더 공감받기 쉬울까요? 약속을 거절하는 나와 거절받는 사람의 마음 둘 중 어느 쪽이 무거운지는 알아볼 수 있겠지요? 공부만큼 인간관계는 어렵습니다.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단톡방을 나왔습니다.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전전긍긍해서는 아니어야 하겠지요. 연락 끊고 유난 떨며 공부를 했는데 결과가 그게 뭐야,라고 남들이 속으로 조소를 보내더라도, 후회는 없이 해야겠지요. 


2월, 새해에 품었던 무언의 결심, 의지는 눈처럼 녹았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돼서 하루 종일 기뻐하고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는 엄마에게 자랑을 늘어놓았었던 작년이 무색하리 만큼 무언가를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평소였으면 밤낮으로 떠오르며 친구에게 묻고 고민했을 일도 그대로 둡니다. 염려는 하늘에 있는 별 같은 거라서, 안 봐도 존재는 하지만 배경처럼 둘 수 있습니다.

  국어, 영어, 행정법 총론, 한국사, 사회복지 개론이라는 단어 외에는 모든 일이 스터디플래너를 흔드는 자극이 됩니다. 웅크려서 시간을 보냅니다. 크고 흰 꽃잎이 서로를 감싼, 목련나무가 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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