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오전 9시 전화벨이 울렸다. 애써 모른 척하고 잤는데, 문자를 보니 받았어야 했다. 퇴직금 수령을 원하면 오늘 오전 10시 30분 이전까지 전화해서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부랴부랴 신청을 하고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멍 때리다가 휴대폰을 뒤적거렸다. 뛰러 가야지.
어젯밤 꺼내놓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방문을 나서니 집은 텅 비어있다. 오늘 다들 어디 갔지? 문을 잠그고 공원까지 5km 정도 뛰었다. 러닝이 유행이 되어 좋다. 원래 달리고 싶었는데 SNS에 정보가 많아져서 좋다. 원래는 거리를 늘리고 싶었는데 무릎에 작은 통증이 느껴져서 걷다가 공원 안에 있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 공원 핫플레이스인 황토에는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뭉그적거리다 집에 가면 열두 시. 씻고 밥 먹고 정신을 차려보면 두시다. 책상 앞에서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서 실업급여 교육을 받고 저녁식사까지 완료했다. 그새 방 너머 하늘에 몽실몽실한 회색 먹구름에 물들었던 분홍빛이 사라졌다. 같아 보여도 매일 조금씩 다르다. 도파민 돌 일 없이 평온한 저녁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