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1일
1. 어린이집 어머님에게 선물 받은 립밤
2. 교회 언니가 준 미니 립스틱
3. 교회 동생이 준 안대
어린이집 현관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어! 선생님이야~ ㅇㅇ아~!” 말해주는 어머님 목소리를 들으면 ㅇㅇ이가 나를 반가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양팔 가득 안기기도 하고 힘들어할 땐 번쩍 안아 교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교실에서 안아주거나 장난감, 다른 친구를 보면 감정이 전환되어 금방 웃곤 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유난히 잘 안기는 아이였는데, 어머님이 내가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선물을 전해주셨다. 무려 맥 립글로스.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 선생님은 상품권까지 불법이 아니다. 원장님은 불법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상품권은 돌려보내고 스타벅스 카드를 주시는 경우에는 전체 교사들이 나누어 먹는 분위기였다.)
아껴 쓰고 싶어서 기존에 쓰고 있던 립밤을 닳게 만들려고 잘 쓰고 있었는데 아껴서 뭐 하지? 란 생각이 들자 꺼내게 되었다.
일본 돈키호테에서 작은 립스틱을 사려는 나를 보고 언니는 “아니야! 아껴 아껴 내가 집에 있어 하나 줄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고 싶어 하는 나와 같은 실랑이를 두어 번 했다. 왜냐면 나는 한국에서 돌아와 언니에게 ‘언니 립스틱 준다고 했잖아요~ 주세요~’라고 말할 깜냥이 안됬기 때문에, 바로 사고 싶었다. 역시나 말 한마디 못하고 한 달을 보내던 중 언니가 찾아와서 립스틱을 전해줬다. 색깔도 아주 마음에 드는 진한 빨간색이었다. 이 역시.. 쓰던 립스틱을 쓰자는 마음으로 쟁여뒀다가 꺼냈다.
물건을 왜 아끼게 될까? 내일 더 잘 쓸 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여름과 겨울용으로 운동화 한 켤레, 멋 내기 용 한 켤레 이상 있으면 사치라고 여겼던 것 같다. 자발적 빈곤인지 검소한 건지 모르겠다. 아니 절대 검소하지 않다. 얼마 전 닭발을 시켜 먹을 때 최소 금액을 맞추기 위해 25,000원어치 시켰다. 한 끼에 25,000원을 쓰는 사람을 검소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원도 안 하는 양파후레이크는 사 먹기 아까워서 2주를 고민하면서 요아정은 넙죽넙죽 사 먹는다. 요상한 소비습관을 정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