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눈이 말도 못 하게 많이 내렸다. 동네에서 시내로 나가는 언덕에 버스와 차가 그대로 멈췄다. 흡사 거리가 주차장이 되어서 타고 가던 버스는 멈춰서 내리고 병원까지 걸어가야 했다. 눈발이 몹시 거세져서 오늘 외출에 회의감이 생겼지만 나온 김에 예매한 위키드까지 봐야 했다.
가다실 9를 두 번째로 맞고, 영화관을 가는데 러닝타임도 길고 저녁시간대라 김밥을 사 먹고 싶었는데 왠지 사러 가면 늦을 삘이라 영화관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탔다. 눈이 소복이 쌓인 세상은 엄청나게 근사하고 멋졌다. 오늘 눈을 직접 안 치워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다녔던 어린이집 언덕에 선생님들 눈 치우느라 얼마나 고될까? 엄마들은 애들이랑 오가기 힘들지만 아가들은 눈 보고 좋아하겠지? 별별생각을 하다가 영화관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팝콘을 한 손에 와그작 먹으며 좌석에 앉았다.
영화는 생각보다 재밌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유튜브에 위키드 해석과 결말도 찾아봤다. 스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쫄보는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야 맘 편히 볼 수 있다.
하얀 눈이 빙글빙글 돌면서 물체에 닿는다. 포근해 보이는데 실상은 아주 차가운 함박눈이 겨울을 알린다. 이제 내복 꺼내 입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