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일
아주 작은 걸음에도 방향이 있다. 어떤 책에 관심이 갔는지를 생각해 보면 요즘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센서티브.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등.. 제목만 보아도 성향이 유추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 중 몇 가지면 예민함~ 테스트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얘기다. 이러한 인간을 HSP라고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에 나온다) 하는데 이른바 Highly Sensitive People 약자다.
나도 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나약하고 눈치를 보곤 했는데 - 이를테면 대화하는 순간에 이 말을 할지 말지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실제로 상대가 대답을 기다리는 중에 말을 한마디도 못 하거나 여러 명 대화할 때는 쉽게 끼지 못해서 손을 들고 발화할 기회를 얻어야 하나 싶은 망설임이 있다.
쉬는 이 기간이 감사한 이유다. 남들만큼 오랜 직장경력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으나 사람마다 생존에 필요한 게 다르다. 초식동물은 풀을 먹고 육식동물도 입에 풀을 넣을 수는 있으나 고기를 먹는 습성처럼 내 습성은 과한 센서티브 함이기에 이를 무기 삼아 나 예민하니까 너 조심해~ 보다는 스스로 과한 자극에서 한걸음 물러서고 쉬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린이집에서 휴게시간에 교사실에서 사람들과 삼삼오오 떠드는 시간을 휴식삼지 못하고 보일러실에서 쭈그려 앉아있을 때가 더 쉼이었던 나를 이해하게 된다.
지난 9월 중순에 계약이 끝나 지금까지 잘 쉬고 있다. 이제 슬슬 이력서와 자소서도 써야 하지만 그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운동도 하며 충전 중이다. 자책하는 대신 이 시간에 감사함으로 새로운 시기를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