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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Aug 27. 2022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습니다.

내 남자는 아니지만요. 


    결혼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KTX 탔습니다. 친구 내외는 아마도 닭을 직접 키우고 잡는듯한 토종닭 닭볶음탕 집으로 데려가 주었습니. 잡아먹을 닭이니 이름을 짓지 않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는 남김없이 먹었습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후식까지 거하게 먹고 나니 집에  시간입니다. 오송역은 생각보다 넓고 높고 컸습니다. 5 출구로 에스켤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트인 시야가 보였습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줄기에 듬성듬성 배치된 반듯한 건물이 보이는 풍경,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주는  같았습니다. 5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다 대충 줄을 서서 탔습니다.

 

어서 오송 ~t


  승차권을 확인하고 앉을자리를 봤는데 이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다시 봐도 내 자리가 맞았는데, 머뭇거리자 앉아있던 사람이 자기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각자 핸드폰에서 승차권을 열어 보는데 둘 다 16호차 1A였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옆자리 승객분이 몸을 일으켜 양쪽 핸드폰 화면을 확인해주셨어요. 알고 보니 앉아 있던 분은 출발시간이 달랐어요. 다음 차를 타셔야 했지요. 황급히 일어섰지만 기차 문은 이미 닫힌 뒤였어요. 

 냉큼 앉으려는데 승객분이 제법 훈훈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네. 저는 금사빠입니다. 에코백 속 무설탕 초코칩 쿠키라도 하나 드릴까? 한 5초 고민했습니다. 실천하면 역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뻘쭘할까? 견딜 수 없겠지? 네. 파워 N입니다. 허튼 생각은 고이 접었습니다. 훈남 옆에 앉아 좋았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습니다. 생활 반경을 넓히면 남자를 볼 수는 있구나 싶었습니다. 의미는 없어도 세상 어딘가에 나와 다른 성별이 많다는 사실은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 안심을 선사합니다. 허한 마음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쌈 싸 먹고는 책상에 방치되던 동백씨앗을 심었습니다. 빈 공간을 채우려는 시도는 나름 성공입니다. 오늘도 아무 말이 가득한 일기를 브런치에 담습니다. 


혼자 먹어도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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