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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Dec 06. 2023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

요가명상을 하는 이유

요가 수련을 하며 2019년에 만났던 선생님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내적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선생님을 만나고 함께 수련했던 시절은 여전히 내 인생의 가장 큰 운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이다. 그 시기에 몸과 마음(감정, 생각, 감각, 느낌) 이상의 어떠한 것이 내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걸 누군가는 영혼이라 하고 누구는 참나라고 한다. 나는 앞으로 영혼이라 표현하겠다.


나는 16살가량부터 한 달에 한 번쯤 주기적으로 엄청 눈물이 크게 터져서 우느라 하루를 몽땅 쓰곤 했는데, 그냥 월경 전 증후군이라 생각하고 어서 그 지옥 같은 하루가 지나가길 바랐었던 증상이다. 선생님과 수련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이유 모르게 울곤 했는데(^^... 매트 위에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나를 정말 싫어했던 시절이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곤 대수롭지 않게 쿨하게 "let it out"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선생님처럼 담담하게 내 눈물을 관찰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 마음속에서 누군가 자기를 좀 알아달라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 몸과 마음으로 통제나 조절하지 못하는 그 강렬한 느낌이 영혼일 수 있겠다는 그 경험이 내적 성장의 첫 발판이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선생님이 "잘 지내요? 행복해요?"라고 질문만 해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 선생님과의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는 걸 어려워했었다. 발리에서 만난 몇몇 친구와 대화할 때, 고민을 터놓다가도 눈물이 빵 터져서 당황하곤 했는데, 그때 "아, 스스로의 영혼을 발견하고 보듬는 사람과 대화할 때 그들이 비추는 투명한 거울에 내 영혼이 반사되는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별게 아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서 - 집에 들어섰을 때 또는 내 방의 침대에 털썩 누웠을 때 -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 걱정과 잡생각은 사라지고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지 않는가. 그 순간이 우리의 영혼이 반짝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의 영혼은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영혼의 존재를 소리 없는 비명이나 눈물로써 처음 느꼈던 걸까? 나의 마음이 ’ 밖에서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 참도록 해.‘라는 생각으로 나의 영혼을 햇빛 한 점 보지 못하는 두꺼운 구름처럼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인 내 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울거나 부정적 감정을 내보였다면 나의 마음은 그 감정을 막아서지 않고 그저 흘러가도록 두지 않았겠는가. 호정선생님이 말했던 "let it out"은 이런 의미였던 것이고, 선생님은 구름에 가득 가려진 내 영혼을 향해 햇빛 한 점을 관통해 내가 영혼을 느낄 순간을 제공한 것이다.


Always blue sky above the clouds

선생님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이기도 한 이 문구를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생각, 감정, 감각, 느낌은 구름처럼 항상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 너머 언제나 푸른 하늘인 내 영혼, 참나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나라는 존재를 내 생각, 내 느낌, 내 감정, 내 감각과 동일시한다면 나는 뿌연 구름으로 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뿌연 구름이 두터워져 영혼이 세상을 빼꼼 바라볼 틈 하나 없어지면, 우리의 영혼은 마음이 통제하고 있던 부정적 감정을 눈과 비, 벼락같은 분노나 슬픔으로 분출되게 함으로써 구름을 꺼트린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눈물을 참지 못해 스스로를 다그치던 예전의 나를 만난다면 가끔 날씨도 비가 오지 않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곧 맑은 날이 올 것을 예상할 수 있듯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셈이 될 테니, 우리의 영혼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는 소리 없는 비명을 멈출 것이다.


영혼의 존재를 알아봐 주고, 격동적 반응을 줄이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잠시 외부 세상을 바라보고 반응하기를 멈추고, 눈을 감은 채 깊고 느린 호흡 그 자체에 집중해 보자. 울기 시작하는 갓난아기를 껴안은 엄마의 품 속에서 엄마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울음을 멈추는 아기처럼, 의식적인 호흡 속에서 불안, 걱정, 슬픔 등의 구름은 흘러갈 것이고 내가 편안하다고 인식하는 공간에서만 느끼는 편안함과 안도감으로써 영혼이 모습을 비출 것이다. 이것이 요가와 명상을 하는 이유이다.


마음속에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협력자로 만드는 것이 명상의 기술이다. 마음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협력자로.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잠시 화가 났을 뿐이지 화가 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잠시 두려울 뿐이지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며, 잠시 슬플 뿐이지 슬픈 사람이 아니다. 본래의 나는 맑고 고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어떤 감정보다 더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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