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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Kim Jul 28. 2021

10년 만에 스틱 운전을 한 썰



입사초,

하루는 사수가 나에게 물었다.


"스틱 가능해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이후로 몰아본 적 없는 스틱

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입은 이미 대답을 하고 있다.


"감만 찾으면 될 거 같긴 한데.. 먼저 연습 좀 해봐도 될까요?"


그렇게 받아 든 포터 키.

주차장으로 향하며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을 수없이 돌리기 시작했다.


'기어 변속 시 클러치 밟고, 떼면서 액셀. 언덕 올라갈 때는 반클러치. 출발할 때는 2단 기어 이하에서 출발'


기억을 최대한 되살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렇게 올라탄 포터. 세단과는 다른 탑승감과 높은 시야에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시동을 걸고, 되뇌었던 대로 조작을 하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포터.

조금 시간이 지나자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아직 기억을 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간단한 연습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려 후진기어를 처음 넣어보는데 후진기어가 먹히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당황스러움.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분명 후진기어에 스틱을 넣은 거 같은데도 차는 자꾸 앞으로만 가는 차.

기어 넣어보고 움직이고, 다시 기어 넣고 움직이고,

계속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다른 회사의 정문을 지나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나에게 어떻게 왔냐 물어보는 직원 한 분


"아.. 저 그게 차가 후진이 안되어서.."


갑자기 포터를 몰고 회사에 들어와서 후진이 안된다고 말하는 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대답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대리님.. 이거 후진이 안되네요..? 지금 XX 회사까지 들어와 버렸는데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사수.

사수를 보고 차에서 내리려는 나에게 다시 타라는 손짓을 한다.


"후진 기어 넣을 때, 검지 중지로 당기는 거 있거든요? 그거 당기고 넣어야 후진기어 들어가요"


그제야 보이는 후진 버튼.

버튼을 당기며 기어를 넣고 살짝 움직이자 드디어 차가 뒤로 간다.

후진이 제대로 되는 걸 확인하자 이 모든 상황이 어이없어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바탕 한 뒤에서야 정복해버린 스틱 운전.


사수 없었으면 부산이든 북한이든 어디 한 곳 갔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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