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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01. 2021

<정글 크루즈> 리뷰

개울에서 파도타기


<정글 크루즈>

(Jungle Cruise)

★★☆


 <논스톱>과 <런 올 나이트>, <언더 워터>의 자움 콜렛 세라가 디즈니의 품에 들어갔습니다.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를 중심으로 잭 화이트홀, 폴 지아마티, 제시 플레몬스, 에드가 라미레즈 등이 이름을 올린 2억 달러짜리 대작 <정글 크루즈>죠. 당초 2019년 개봉을 목표로 2018년 촬영되었으나, 개봉 연기를 두 차례나 겪으면서 디즈니 플러스 동시 공개라는 수모(?)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설의 꽃잎을 찾아나선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 세간의 비웃음을 이겨내고 세기의 모험을 떠나려던 그녀는 만년 빚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은 크루즈 선장 프랭크를 만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출발하고, 전설에 얽힌 비밀과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되죠.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으면 모르고 넘어가기 쉽지만, <정글 크루즈>엔 디즈니의 다른 실사 영화인 <캐리비안의 해적>, 그리고 <투모로우랜드>와 공유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동명의 디즈니랜드 어트랙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죠. 다만 일반 놀이기구인 둘과는 달리 정글 크루즈는 여느 랜드나 스튜디오에 가면 꼭 하나씩 있는 가이드 동반 투어형 놀이기구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투모로우랜드>는 각자의 컨셉이나 세계관이 확고하지만, <정글 크루즈> 쪽은 특정한 원작이 있다고 주장하기에도 애매한 수준이긴 합니다. 당장 <쥬만지>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멀게는 <툼 레이더>나 <인디아나 존스> 등 어드벤처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랑하죠. 고대의, 미지의, 전설의 무언가를 찾아 배를 타고 멀리 떠나는 식구들입니다.


 그리고 <정글 크루즈>는 개중에서 아마 가장 낮은 관람등급을 지향하는 영화일 겁니다. 기본적인 상황 설정부터 갈등을 만들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무리수를 끼워넣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아무런 부연 설명이나 노력도 없이 속 편한 설정들을 이리저리 끌어다 문제를 해결하지만, 제 3자를 제외한 극중 모든 인물들은 별 문제 없다는 듯 그에 자연스레 수긍하길 반복하죠.



 그 와중에 묘사나 자극의 수위는 의외로 높은 편입니다. 당장 영화의 메인 악당 격인 에드가 라미레즈의 아기레만 해도 온몸이 뱀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인데, 얼굴 피부 아래로 뱀이 끊임없이 기어다니는 클로즈업만으로도 시각적인 트라우마를 선사하기에 딱 좋죠. 전개만 놓고 보면 온 가족이 가볍게 볼 전체 관람가가 당연해 보임에도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어린이 버전쯤 되겠습니다. 저주 때문에 흉측한 몰골을 하게 된 악당들과 그 저주를 풀어낼 물건을 두고 혈투를 벌이는 흐름까지, 같은 디즈니라서 겨우 넘어갈 동어 반복이나 다름없죠. 폴 지아마티나 제시 플레몬스 등은 고대의 저주를 놓고 벌이는 대결에 뒷전으로 물러나고, 무대 위마저도 에밀리 블런트 정도를 제외하면 이전만 못한 활약들에 만족합니다.



 선남선녀가 만났으니 설명 따위는 필요없다는 식으로 급히 전개되는 로맨스는 어리둥절하기만 하고, 세상의 운명을 바꾼다며 호들갑을 떨던 전설은 다 까 놓고 보니 대충 주인공들의 계속되는 활약을 이어지게 하는 평범한 사건과 수단들 중 하나와 다를 것 없이 빈약하기만 합니다. 방향성은 애매하고 일관성도 부족하니 <정글 크루즈>의 영혼이나 마찬가지인 탐험가 정신과는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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