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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Dec 26. 2017

시골집을 고르는 요령

백운봉 상고대 그리고 오렌지 색 우리 집이 있는 동네

1. 남향일 것

2. 마을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을 것

3. 도로에 인접할 것

4. 경사가 심한 높은 지대는 피할 것

5. 주차장과 출입문의 거리가 짧을 것

6. 다양한 난방 방식을 취할 것


시골에서 사계절을 두루 거치며 몇 년을 지내고 주변의 이웃들과 소통한 끝에 시골집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경치도 중요하고 전망도 중요하지만 살다 보면 날마다 겪어야 하는 생활의 편리성이 가장 크게 와 닿기 때문에 위에 열거한 항목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감당해야 하는 대가가 혹독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집의 방향인데 삼대가 덕을 쌓아야 살 수 있다는 남향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름엔 해가 들지 않아 시원하고 겨울엔 집안까지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이 낮에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비용이 줄어든다.

동향은 아침의 햇빛이 성가시고 서향은 오후의 지는 해가 괴로우며 북향은 난방비를 각오해야 한다.


마을과 멀어지면 호젓한 자유로움이 있는 대신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시골에는 밤이 유난히 깜깜한데 가로등이라도 하나쯤 있으려면 마을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인터넷과 전기를 연결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출입이 많은 도로는 마을에서 눈을 치워주지만 외진 곳은 나가는 길까지 집주인이 눈을 치워야 한다.

그래서 도로와 멀지 않은 곳에 집이 있어야 생활의 편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동네 이웃 중에는 멋진 전망을 보고자 산 중턱에 집이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장마철에는 토사가 쓸려내려 오고 겨울에는 미끄러운 도로를 걱정해야 한다.

산이 가까이 있으면 여름에는 습기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고 정성껏 키우는 농작물을 노리는 야생동물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뱀이나 쥐를 막기 위하여 들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며 집 주변을 지키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택배기사가 "낮은 데 살지, 뭐하러 이렇게 높은 곳에 사느냐?'며 화를 내어 좋은 말로 사과를 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경사진 산에 집을 지으면 대문에서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도 있다.

주문한 장작을 대문 앞에 쏟아놓고 트럭이 가버리면 기가 차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며 집을 구해 첫겨울을 나는 그 이웃은 엄청난 난방비와 장작 때문에 울기 직전이었다.


시골은 여름에는 나방과 겨울에는 난방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기름, 가스, 전기, 난로 등의 방법으로 추위와 싸우는데 한쪽으로 치중되면 가격 변동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우니 집이 클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난방을 해야 적절히 비용을 분산할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본체는 기름보일러이고 황토방은 가스보일러이며 아침저녁의 한기는 전기난로를 사용해서 견디고 있다.

만약 앞으로 시골집에서 늘 있게 된다면 거실에 난로를 설치해서 운치와 재미를 더하는 보조 난방을 하려고 한다.

난로에도 나무칩을 사용하는 펠릿과 장작을 때는 난로가 있고 거기에도 많은 선택 사항이 있어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아껴도 시골은 도시보다 춥고 용문은 특히 추워서 난방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동네 어르신들은 한기나 겨우 가실 정도로 하고 살아도 심야전기가 삼십 만원 이상 나오고 좀 따뜻하게 지내려면 한 달 비용이 오십 만원이 넘기 때문에 겨울 한 철 난방비만 해도 수백만 원이 된다.


집 뒤쪽에 있는 황토방은 겨울엔 해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냉골로 얼어 있다 보니 난방을 해도 외풍이 심했는데 이틀쯤 난방을 계속하니 그제야 방이 훈훈해져서 잠을 잘 수 있었고 풀어진 날씨도 한몫 거들어서 이번 연휴에는 황토방에서 자고 왔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가스 보일러 점검에 불이 들어오고 에러 번호가 깜빡여서 업체에 전화를 해보니 전원 코드를 다시 꽂고 가스 밸브를 확인하라고 하여 새 가스통의 밸브를 열림으로 돌려서 문제를 해결하고 내친김에 동파 방지 요령에 대해 물어보았다.

보일러에는 원래부터 동파 방지 시스템이 되어 있기 때문에 온돌이든 실내로든 외출로만 설정해 놓으면 얼어 터지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걸 몰랐던 우리는 어떻게 설정을 해놓고 가야 한파에도 보일러가 무사할까 전전긍긍하며 여러 날 고민을 했기에 전화 상담을 해준 직원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


시골집을 고르는 요령을 정리했지만 저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집이 우리 집이라는 사실에 살아볼수록 고마움을 느낀다.

350평을 나눠 150평의 땅을 사서 집을 지었고 나머지 200평의 땅에 지금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런 완벽한 곳에 집을 지어 저와 이웃이 되실 좋은 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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