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골집을 다시 짓게 된다면

by 화이트

남편과 시골집에 있으면 조용하기도 하고 심심해서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서로 실없는 농담도 이럴 땐 진지하게 받아주는데 남편이 농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옆 밭을 산 동료는 2022년 정도에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집 짓기에 대한 공부를 남편분이 책을 보며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번 집을 지어본 우리 생각으로는,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것이 집 짓기이다. 신경 쓸 일이 수십 가지가 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십 년 늙게 하는데 충분하다. 남편은 건축이 자신의 전공 분야이니 일반인보다 그런 점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가끔 집을 다시 지으면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남편의 얘기를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집을 동료에게 팔고 우리가 옆 밭을 사서 새로 집을 짓는 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이 글의 구독자이기도 한 동료가 놀랄까 봐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처럼 해본 얘기이다.


그럼 어떤 점에서 다시 짓고 싶어 하는 걸까? 남편은 우리 집을 설계해준 건축가에게 집 지을 당시에는 건축비가 워낙 빠듯해서 집을 최소한으로 지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조금 더 여유 있게 지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방 하나에 거실과 화장실 하나뿐인 20평의 간소한 집이 나는 좋은데 당신이 청소를 안 하니 그런 말을 한다고 나도 모르게 남편을 윽박질렀다. 시골집은 벌레와 먼지가 많아 청소를 자주 해야 하지만 둘 다 안 하고 있으니 손님이 올 때만 청소기와 밀대 청소기를 돌리는 형편이다. 남편은 만에 하나 앞으로 팔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방이 두 개는 되고 화장실도 하나 더 있으면 좋다는 말을 한다. 두 집을 오가며 청소하는 건 내 몫이라 나는 반대했다.


내 경우에는 다용도실이 언제나 아쉽다. 정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니 부엌에 필요한 잡동사니를 넣어둘 여유 공간이 많이 필요한데 창고에 식재료를 보관하기는 찜찜하다. 그래서 북향에 창문이 있고 부엌과 연결된 출입문이 달린 다용도실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지금 우리 집은 따로 문이 없고 싱크대 반대편에 세탁기와 수도 공간이 있다.

남편은 집 앞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 정원이 가장 넓은 벽돌집을 가리키며 무광의 저런 벽돌이 고급지고 좋다면서 다시 짓는다면 앞집처럼 벽돌집으로 하고 싶다고 늘 말했다. 하지만 벽돌은 훨씬 비싸니 예산에 맞추다 보면 욕심대로 집을 짓기 어렵다.


우리 부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방 두 개, 화장실 두 개에 거실이 좁지 않고 다용도실이 넓은, 그러니까 25평 정도의 집이 적당하고 설계 단계에서 방범용 카메라와 에어컨 배관 그리고 벽난로 위치 등을 처음부터 고려해두면 나중에 집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의 경우엔 카메라 위치는 미리 잡아뒀으나 에어컨 배관이 보기 싫게 뚫려 있다. 벽난로는 처음부터 놓지 않기로 했지만 춥기로 유명한 양평 용문의 겨울엔 벽난로가 감성적인 면에서도 필요한 게 내 생각이다. 우리 집은 뒷마당에 황토방을 별채로 지어 손님용으로 쓰기에 좋고 가끔 남편과 따로 있고 싶을 때 아주 요긴하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집을 팔게 된다면 본체에 방이 하나뿐인 것은 약점이 틀림없다. 주말주택으로 쓰기엔 적당하나 은퇴하여 아예 살림을 가져온다면 집이 작아서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집의 장점을 말하자면 ALC로 지은 집이라 무엇보다 단열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평범하지 않아 외관이 수려하며 천장이 높아 답답하지 않아 와서 있으면 휴식이 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걸 좋아하는 건축가와 남편의 취향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집의 규모가 작고 정원도 아담하여 관리하기에 힘이 덜 드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시골은 나처럼 게으른 사람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갈수록 삐걱대는 무릎으로 풀을 뽑으려니 장마가 끝나면 풀이 제일 무섭다. 내버려두면 놀랍도록 자라 나무가 되니 안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여름에는 풀과 씨름을 하느라 모기에 물리고 심지어 벌에 쏘이면서 마당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하늘이 바로 보이고 산과 나무가 곁에 있는 시골에 가 있으면 마음이 참 좋다. 내가 살면서 손꼽히게 잘한 일이 바로 시골에 집을 짓고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당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 남 다 자는 새벽에 액션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 해 질 녘에 우두커니 평상에 앉아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척 좋다. 아무 생각 없이 흙과 놀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마음 편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 나는 여행도 싫고 멋진 곳도 싫다.


시골에 집을 지으려는 분, 특히 시골에 올 때마다 양손 가득 무겁게 들고 오는 나의 동료는 심사숙고해서 일생에 한번 짓는 집을 후회 없도록 마음에 쏙 들게 지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공들여 지은 지금의 시골집을 천금과도 바꿀 생각이 없다. 시골집에 살면 살수록 고마운 생각이 들어 내일은 오래간만에 건축가 부부를 모시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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