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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채소로 차린 여름 밥상

by 화이트

작년에 씨를 받아 심은 조선 오이와 가지 그리고 고추면 여름 밥상이 차려진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우리 집은 오이무침과 오이냉국, 가지나물, 풋고추 부침으로도 훌륭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두 상자나 되 감자로 감자볶음, 감자전, 감자 짜글이, 감자 볶음밥. 감자 샐러드. 감자조림, 감자탕까지 감자로 된 요리는 무얼 해도 맛있다.


어제저녁은 가지나물, 오이무침. 쑥갓나물, 고구마 줄기 볶음, 감자조림, 감자 샐러드, 풋고추전으로 모두 텃밭에서 나온 채소들로 차렸다. 고구마보다 고구마순을 먹기 위해 모종을 심었는데 연하고 아삭아삭하니 맛있다.


시골 음식은 때깔보다 맛


시골집에 오니 전에 우리가 살던 셋집의 새 입주자인 이웃이 찐빵을 사다주신다. 마침 먹기 좋게 자란 오이와 가지 그리고 풋고추를 따서 드렸더니 얌전한 솜씨로 담은 양배 물김치를 주셨다.


앞으로 석 달은 텃밭에서 딴 채소만으로도 여름 밥상을 차릴 수 있어서 식비가 덜 들어갈 뿐 아니라 달고 싱싱한 채소를 바로 따서 조리하는 재미는 주부의 커다란 기쁨이다.


시골살이는 갈수록 만만하지 않아서 벌레와 잡초 걱정 없는 겨울이 가장 좋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나마 여름이 좋은 이유는 밭에서 나는 채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자들이 다 자라고 노후가 심심해진 시누이는 감자 캐러 와보더니 남편에게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 시골집 근처에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남편처럼 채식을 좋아하는 시누이는 농사 지어 반찬을 마련하는 내가 아마도 몹시 부러울 것이다.


우리가 가끔 가져다주는 채소꾸러미 말고 자신이 직접 호미질을 하고 싶을 텐데 그걸 알면서도 선뜻 오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건 너무 일을 잘하는 시누이라 옆에 있으면 나도 쉴 수 없어 힘이 들기 때문이다.


시누이는 고향 친구들과 시골집에서 하룻밤 자고 갔는데 뒷마당의 풀을 모조리 뽑아놓았다.


뒷마당의 풀 뽑는 손님들..미안해서 풀 없는 겨울에 다시 오시라고 초대했다.

무성해진 호박잎과 고구마순을 따러 다음 주말엔 시누이를 다시 초대해야 할 것 같다. 시골집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걱정인 것이 일하고 나서 며칠간 앓았다는 시누이를 자꾸 가자고 하는 게 잘하는 짓인지 나도 모르겠다. 좋기는 분명 좋은데 고생은 심한 시골 살이다.



비에 젖은 베르가못과 겹봉선화
올해도 과꽃이 필 예정입니다.
패랭이꽃 접시꽃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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