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카페에는 종종 박새가 우편함 또는 환풍기나 신발장 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글과 귀여운 사진이 올라온다. 그때마다 왜 우리 집 우편함에는 새가 깃들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아마도 큰 화분 위에 얹어져 있는 우편함이 너무 낮아서 그럴 거라 짐작만 했다.
그런데 드디어 우리 집에도 새가 알을 낳았다. 지방세 고지서가 올 때가 되어서 무심코 우편함을 열었더니 이끼로 곱게 깔린 바닥재 위에 새 둥지가 있고 작고 앙증맞은 새 알이 조르륵 놓여 있었다.
지붕에 올라가느라 우편함을 현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겨 놓기도 했고 요즘은 내가 시골집에 자주 가지 않아서 인기척이 없으니 어미새가 마음 놓고 입주를 한 듯하다. 먹이 사냥을 하러 다니는지 어미 새는 잘 보이지 않고 알들만 둥지를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우편함 속을 바라보니 어쩐지 마음이 포근하고 따스해지는 것이 꼭 솜털로 감싼 새둥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 주말에만 갈 테니 부디 나 없는 동안 잘 품었다가 새끼들을 부화시켜서 모두 무사히 이소하고 빈 집만 남게 되길 그래서 입주 청소를 싹 해놓으면 또 다른 새가 와서 알을 낳아주기를 바라게 된다.
시골집을 짓고 6년째 살면서 고라니, 멧돼지, 족제비, 뱀, 황조롱이, 지네, 말벌 등 온갖 야생동물과 마주치게 되었지만 특히 내 집에 깃든 새는 보호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5도 2촌의 시골 생활을 몇 년 동안 하면서 재미와 여유는 다 누려본 것 같다. 요새 오이가 비싸던데 우리 집 텃밭엔 조선 오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갈 때마다 한아름씩 따온다. 오이가 작은 건 과일 대신 그냥 먹고 좀 커버린 오이는 무쳐서 먹고 오이냉국도 해 먹으니 금방 다 먹는다. 그래도 남으니까 이웃에게 드리면 아주 좋아하니 조선 오이 씨앗을 있는 대로 다 심었던 게 올해 농사 중에 제일 잘한 일이 되었다.
계속 날이 흐리고 장마가 이어져서 물을 좋아하는 오이를 제외하고는 가지나 고추가 부실하게 열매를 맺어 지금으로선 오이 밖에 풍성한 것이 없다. 금방 딴 아로니아와 토마토를 같이 갈아먹으면 신선한 풍미가 냉동실에 오래 두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고 블루베리는 갈수록 수확이 늘어서 제법 먹을 양이 나온다. 밭에 잡초처럼 잔뜩 올라오는 깻잎은 일일이 따는 게 힘들어서 그냥 내버려 둔다. 한 장씩 따려면 모기에게 얼마나 물려야 하는지 그래서 깻잎은 포기 상태이다.
해마다 열심히 심었던 옥수수는 탄수화물의 주범으로 당 관리를 해야 하는 내겐 이제 필요 없는 작물이 되었다. 기왕 심은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수확할 때가 되면 지인들을 초대해서 옥수수 파티를 하는 수밖에 없다. 옥수수는 바로 따서 두 시간 안에 삶아야 맛있으니 환상적인 옥수수 맛을 보려면 시골에 와야 한다.
시끄럽고 더운 도시를 벗어나 고요하고 선선한 시골에서 보내는 여름밤은 서늘하다 못해 추워서 새벽엔 솜이불을 덮어야 하니 아무리 두 집 살림이 힘들다고 한들, 잡초와 벌레가 아무리 지긋지긋하다 해도 주말이면 콧노래를 부르며 시골집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주말엔 알들이 다 깨어났으면 좋겠다.
귀촌 카페에서 읽은 글 중에서 웃긴 내용이 있었는데 하루는 아내가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 "아, 빡세다!" 라고 혼잣말을 하더란다. 남편은 시골에 오자고 한 자신이 어쩐지 미안해져서 그날만큼은 시키지 않아도 집안일과 마당일을 부지런히 하며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 저녁에 아내가 하는 말이 "저기 창 밖에 박새가 있잖아."라고 말해서 빡세가 박새인 줄 나중에 알았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