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이트 Apr 23. 2024

시골살이는 먹는 재미가 반

봄나물 먹는 재미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 다른 변화로 젊은 날엔 먹지 않던 쓴 나물을 찾게 된다.


엄나무순, 가시오가피순, 머위, 월동시금치, 초벌부추가 나오는 이즈음의 밥상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예전엔 몰랐던 봄나물 세상이다.


가시오가피 나무를 심고 처음으로 올라오는 새순을 따서 나물로 먹었을 땐 진저리 나게 쓴 맛에 다시는 못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고 나면 그 맛이 훨씬 덜 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오가피순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새순을 똑똑 분질러 따는 손맛과 마른 가지에 여린 순이 피어나는 모습 그리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쌉싸름한 맛까지 봄나물 중에 가장 맛있는 오가피순이다.


엄나무순은 모양과 맛이 비슷하지만 향이 살짝 있어서 입맛에 따라 거슬릴 수 있다.


쓴 나물 중에 머위는 나물로 무쳐서도 먹지만 장아찌로 만들면 오래 두고 쌉쌀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봄나물 중 유일하게 장아찌를 담았다.


마당이 넓은 이웃집에 가서 머위를 커다란 소쿠리로 가득 땄다. 살짝만 데쳐 장아찌로 하면 그 많던 머위잎도 숨이 죽어서 아무리 많아도 많지 않다.


손바닥보다 작은 잎만 골라 따면 연하고 보드라운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머위를 다 따가도 된다는 고마운 이웃 분에게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사가지고 갔다.


머위잎 말고도 산에서 딴 엄나무순과 한 봉지 그득한 부추와 여러 가지 나물도 싸주셔서 갑자기 나물 부자가 되었다.


시계 방향으로 오이부추겉절이, 오가피와 엄나무순, 월동시금치나물. 머위장아찌, 가운데는 머위나물


산더미같이 많은 나물을 하루 종일 손질해서 친정 엄마를 뵈러 가는 길에  싸가지고 갔다. 이번 봄에 세 번째 감기를 앓는다는 여동생은 입맛을 잃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갈 때 싸준 쑥국을 먹고 나니 속이 풀렸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는 머위장아찌만 드셔서 봄이 되면 머위를 부쳐드렸는데 올해는 아예 장아찌를 담아서 가져갔다. 짭조름한 머위잎으로 밥을 싸서 먹으니까 꽤 맛있다.


남동생은 처가에서 보내준 고구마빼떼기로 죽을 만든 걸 들고 왔다. 직접 농사지은 팥을 넣어 만든 빼떼기 죽은 별미 중의 별미라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맛있게 먹었다.


자연에서 나는 파릇파릇한 새순으로만 차린 밥상은 싱그럽고 생명력이 넘친다. 집으로 돌아와서야 만들어놓고 간 나물을 찍을 여유가 생겼는데 역시 봄나물은 금방 따서 바로 만들어야 제 맛과 빛깔이 난다.


시골살이를 해도 봄나물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 하는 식이었는데 이젠 꼭 찾아서 먹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늙은 말이 콩을 더 달란다더니 갈수록 나물을 향한 열정이 불타올라 봄이면 쑥을 다듬는다고 내 손톱 밑은 늘 거무튀튀하다.


벚꽃 맛집








작가의 이전글 5년 지나면 현타 오는 시골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