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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Feb 28. 2016

첫 냉이 캐다.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지났다. 


이번 겨울은 그다지 혹독하게 춥지도, 눈이 자주 오지도 않았지만 여느 겨울처럼 차갑고 건조했다.


그래도 시골에 집이 있으니 보일러를 가끔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주말마다 가서 하룻밤 자고 오곤 했다.


하지만 냉기가 올라오는  마룻바닥과 싸늘한 집안 공기는 잔뜩 어깨를 움츠러들게 해서 얼른 가스레인지를 켜서 물을 끓여 증기를 피우고 전기난로를 켜는 등 분주하게 온도를 올려야 했다. 


서너 시간은 족히 지나야 미지근하게 데워지던 기름보일러였지만 잠이 들 무렵엔 따뜻한 온기가 요 위로 느껴져서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여름 동안 풍성한 작물을 제공하던 밭은 쓸쓸하게 버려져 구슬땀을 흘리며 잡초와 씨름을 했던 나의 기억을 깡그리 잊게 했다. 


어제 아침에는 눈이 왔지만 푸근한 날씨로 곧 설경은 사라지고 밭은 녹은 눈으로 축축해져서 색이 짙어져 있었다. 


남녘에는 냉이가 한창이라니 나도 낡은 과도를 챙겨 들고 동네 밭두렁을 향해 집을 나섰다. 


처음엔 냉이가 보이지 않아서 아직 캘 때가 멀었나 생각했지만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라색 냉이가 땅에 납작 붙어 있는 게 아닌가!


한 주먹이 될 정도로 캐어서 (순전히 함께 갔던 이가 다 캐주고 손질까지 해주었지만) 서울로 돌아와 저녁 식사의 된장찌개에 송송 썰어 넣고 끓였다. 


음.. 냉이 향이 올라오고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이 이른 봄 향기를 고스란히 입 속으로 전해주었다. 


시골에 집을 마련해놓고 주말마다 오가는 수고가 냉이 한 숟갈에 그만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제부터 쑥이 나고 달래를 캐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시골 재미가 시작될텐데 올봄과 여름에도 서울보다는 시골에 더 많이 가서 지내는 가출 주부가 될테다. 


흙집까지 지어서 본격적인 시골 아낙네로 살아보는 게 이젠 나의 유일한 꿈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여기에다 농사 시작하는 이야기에 집 짓는 과정까지 쓸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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