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영화를 몰아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뭐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봄이 좋았었다. 뭐든 시작만 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무슨 일이 새로 일어날지 늘 기대되던 그 시절!
물론 지금도 봄을 너무 좋아한다. 새로 돋아나는 꽃 봉오리를 보는 일을 사랑한다. 봄날에 햇살을 맞으며 하늘을 쳐다보기만 해도 여전히 마음이 벅차다.
하지만 이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울컥 눈물이 올라오고,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새로운 사랑에 기대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무더위를 지나 시원한 바람에 속이 뚫리고,
바랜듯한 빛깔에 스며든, 농염하고 조금은 서글픈 가을을 사랑하게 되었다.
플레이리스트에 늘 있었던 김동률의 노래들이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ost도 왜 새삼 가슴 시리게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인지…
가을을 탄다는 어느 어른의 이야기를 코웃음 치며 들었던 봄을 좋아했던 꼬맹이가, 늦가을에 심장을 부여잡으며 가을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