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밥의 의미

우리는 한 끼 밥상으로 안부를 묻는다.

by Sue


“밥 먹었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오늘도 나는 수화기 너머 “여보세요?.”라는 응답을 듣자마자 묻는다. “응. 먹었지.”라는 대답을 들으면 “반찬은 뭐해서 먹었어?.”라고 묻는 내게 “빵...”이라는 대답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제대로 챙겨 먹지 빵으로 때운 거야? 대충 먹지 말고 국이며 반찬이며 잘 챙겨 먹어. 좀!”으로 시작되는 타박.


엄마와 나의 대화는 매일 이런 식이다. 빵이 주식인 나라들도 많건만. 여려서부터 밥심 없으면 기운 빠져 공부 못한다는 엄마 말에 피식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 잔소리를 내가 하고 있다. 엄마가 빵을 좋아한 것도 하루 이틀일이 아닌 데 혹시 홀로 대충 때우는 게 아닌 가 싶어 함께 못하는 죄책감을 모두 ‘밥 한 끼’에 담아버리고.


엄마가 과부가 되고 내가 아빠를 잃은 그 해,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엄마는 혼자 밥 먹는 시간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느 날인가 “혼자 먹으려고 뭘 하는 것도 귀찮고, 배고픈지도 잘 모르겠더라.”라고 엄마가 무심코 뱉은 말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다.


신경 쓸 사람도 없고 홀가분해서 살 맛 난다는 엄마 말을 내 마음 편하게 곧이곧대로 믿어왔지만, 왠지 늘 홀로 식탁에 앉을 엄마에게는 마음이 쓰였던 차, 다음 날 나는 퇴근시간 전부터 가방을 미리 싸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내달렸다. “엄마 나 한 시간 정도면 가. 저녁 먹지 말고 있어.” 버스를 타자마자 엄마에게 전화 한 통 급하게 하고 급조된 친정행.


도착하여 문을 열자 조금은 꼬릿 한 청국장 향이 내 코를 찌르고 내 뱃속은 ‘꼬르르륵’ 반응한다. “갑자기 와서 찬이 별로 없어. 그냥 열무김치에 쓱쓱 비벼먹자.” 양푼에 밥과 열무김치를 넣고 숟가락 두 개를 들고 오는 엄마 뒤를 따라, 나는 냉큼 청국장 한 사발을 덜어 곁에 앉았다. 열무비빔밥에 참기름을 두 번 둘러내니 고소한 냄새에 참을 수가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푼도 사발도 비워져 있다. 두 숟가락이 경쟁적으로 비빔밥 한 입, 청국장 한 입을 반복한 것뿐인데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다. 저녁은 입맛도 없고 해서 간단하게 먹곤 한다는 엄마는 오늘 저녁상에서는 일 인분 이상을 톡톡히 해내고 물 한 모금하시던 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늘은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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