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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04. 2019

너에게 들리는 말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너와 함께 놀이터에 나갔을 때였다. 어쩌다 맞이하는 ‘미세먼지 초록색’ 날에는 지칠 때까지 놀려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네가 무엇을 얼마큼 하고 놀든 관대한 미소를 날리며 쳐다보고 있을 때였지.


놀이터 한 켠에서, 네 또래의 남자아이 두 명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둘은 이제 막 만나서 놀게 된 사이였는데, 놀고자 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지.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말했다.


“여기서 뛰어내려봐!”


큰 아이는 자신의 용감함을 작은 아이에게 자랑하듯 선보였고, 작은 아이는 무서워서 섣불리 따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위험한 높이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는 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큰 아이가 두 팔을 벌리며 하는 다음 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잡아줄게. 그리고 자꾸 ‘못해’라고 말하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진짜 못해. 넌 할 수 있어.”


결국 작은 아이는 뛰어내리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큰 아이가 한 말은, 초등학교도 안 다니는 아이가 하는 말 치고는 제법 어른스럽고 진지했다. 그 큰 아이의 엄마가 너무 궁금해서 눈을 바삐 움직이며 찾아보았다. 어떤 엄마이길래 아이가 저런 말을 할까, 하고 말이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은 맞다. 너만 봐도 그렇다. 엄마의 단점까지 닮아가는 너의 행동은, 유전 탓이라기보다는 매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주 보는 만큼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틈도 없이 따라 하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너와 같은 반 친구의 엄마는 이런 이야기도 했단다. 아이가 집에서 “아이씨”라는 말을 하길래 “누구한테 그런 나쁜 말을 배웠어? 친구가 그런 말을 써?”라며 혼을 냈는데, 생각해 보니 자기가 운전 중에 그런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었다. 너의 말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떤 대화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믿음직한 단서다. 아마도, 선생님들은 너희들의 행동만 봐도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놀이터에서 만났던 그 큰 아이는 참 복이 많은 아이인 것 같았다. “할 수 있어”,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마”, “할 수 있다고 생각해봐”라는 내용의 말을 평소에 얼마나 많이 자연스럽게 들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습관과 행동이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도 너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항상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는 엄마. 하지만, 엄마가 하루 종일 네 옆에 있을 수는 없지. 너도 독립을 하게 될 테고, 안타깝게도 너와 맞지 않는 동료나 상사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 그러면서 너를 기운 빠지게 하는 말들도 많이 듣게 될 거야. 힘을 주는 엄마가 바로 옆에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네가 늘 힘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살았으면 좋겠다.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너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강의를 확보해 두면 좋을 것 같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것이 없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엄마의 의도는 너에게 힘을 주는 말이 들리는 분위기 속에서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멘토 같은 책도 몇 권 옆에 두면 좋겠다. 너를 슬프게 하는 책도 있고, 너를 의욕에 불타오르게 하는 책도 있고, 너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 책도 있고, 책이 너에게 주는 감정은 워낙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밑줄 긋고 계속 보고 싶은 책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생의 책, 그런 거 말이다. 힘들 때, 그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네가 들을 수 있게.


만약 너를 힘들게 하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라도 너의 시간을 만들어 너의 마음을 잡아주는 말을 꼭 듣기를 바란다. 너를 지치게 하는 말에 절대로 너를 파묻히게 하지는 말자. 너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자꾸 반복해서 너에게 들리는 말들은 결국 네가 될 것이니까.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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