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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pr 05. 2020

약속을 지키는 삶

타이탄의 도구들 (2)

나에게 관대한 삶은 늘 나에게 넓은 여지를 남긴다. 상대방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나의 결함에는 늘 이유가 있고, 상대방의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만 높아지다 보니, 나 자신은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타이탄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은 소수 인지도 모르겠다.


‘타이탄의 도구들’에는 연극과 영화, 스토리텔링,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가이자 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둔 마이크 버비글리아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이 책의 작가 팀 페리스는 마이크를 ‘자기 자신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는 한 때, 자기 자신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보겠다는 생각이 한심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마이크!! 내일 아침 7시에 페들러 카페에서 너하고 약속이 있어!’라고 적은 쪽지를 침대 옆에 두고 잠을 자는 식으로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처럼 자기 자신과의 약속 또한 명확하게 ‘시각화’해서 상기시키면 실행력이 매우 높아진다._246p” 


성공하는 삶의 기본은 자기 관리다. 자기 관리의 방법은 늘 중요한 관심사다.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를 관리하는 일이지만, 이는 항상 무너지는 길로 향하고 만다. 해야만 하는 이유는 알고 있지만,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책임이 없으니 애초부터 안 해도 그만인 것이었다. 


그런데 새끼손가락을 걸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약속’이라는 의식을 거치면 책임감이 생긴다. 혼자만의 다짐에는 없던 책임감이, 타인과 함께하니 생긴다. 나 자신이 소중하고 우선시 되지 못하는 상황을 억울해하지만, 막상 타인의 시선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마이크는 그 점을 잘 알았던 듯하다. 그래서 결심이 아닌 '나 자신과의 약속'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럼 행복하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녀라. 그러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은 분명 하지 않을 것이다.” _264p


스타트업 투자자이자 구직자들을 위한 플랫폼 엔젤리스트의 CEO인 나발 라비칸트는 처음에는 스타트업을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일하는 곳이 실리콘밸리였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친구가 아직도 독립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때 나발은 본인이 말만 하는 사기꾼이 된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이야기하는 일은 어렵다. 끊임없이 의식하게 되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나의 앞날은, 나 혼자 나누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타인에게 말한 내 이야기가 거짓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꼭 지켜야 하는 약속과도 같다. 




“폴 레베스크는 ‘트리플 H’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전직 프로 레슬러다. (중략) 그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그는 평소 밤 10시부터 새벽 한 시 사이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그러고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새벽 한 시까지 운동을 했음에도 왜 그렇게 빨리 하루를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본 대로 할 뿐이다. 따라서 어른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는 모습, 일찍 일어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 _ 310p


아이에게 무엇을 해라 혹은 하지 말아라 하는 조언 역시 약속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여부는 상대방에게 달렸다. 조언자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조언을 믿고 따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조언자가 하는 조언은, 내가 약속하건대 내가 해봐서 좋으니 나를 믿고 따라 해도 좋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하는 조언에도 책임이 필요하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도,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 타이탄이 될 수 있는지가 판가름이 난다.


약속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그리고 지키기 위해 노력할 자신이 있다면 약속을 조금씩 늘려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분명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나와의 약속을 하나씩 추가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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