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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Sep 16. 2016

내 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고등학교 친구이면서 대학까지 함께한, 지금도 친한 친구가 대학 입학 후 했던 고백 아닌 고백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마다 친구는 ‘학교 정문 앞에 큰 횡단보도가 있는 대학교’에 꼭 나와 함께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는 자기분석이 부족하여 목표가 높았다. 둘 다  Y 라는 대학교를 가고 싶어 했는데, 친구는 기도를 할 때 대놓고 학교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겸손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정문 앞에 큰 횡단보도가 있는 대학교’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 분은 이렇게 표현해도 어떤 학교인지 다 아실 것이라고 믿고 말이다.


친구는 Y대가 아닌 다른 대학교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하여 먼저 대학생이 되었는데, 몇 개월 후 내가 정시 전형으로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친구는 너무 놀랐다고 했다. 진짜 같은 학교에 함께 진학하게 되었고, 우리 학교도 정문 앞에 Y대와 같이 큰 횡단보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난 이 이야기를 듣고 좀 화가 났더랬다.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라는 영화를 보면, 신이 일주일간 휴가를 간 사이 주인공 짐 캐리가 신의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짐 캐리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기도 소리에 귀가 시끄러울 지경이다. 귀찮은 마음에 기도 소리에 대해 전부 YES 버튼을 눌렀다가, 로또 당첨자가 수도 없이 나오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신은 이렇게 바쁘다.


그런데, 이렇게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기도를 들어주시느라 바쁜 그 분께 '정문 앞에 큰 횡단보도가 있는 대학교’라고 기도하다니!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해야지, 이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하니 Y대를 못 간 것이 아니냐며,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나의 과거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잠시 화가 났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친구였어도 똑같은 기도를 했을 것 같다. 나라면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구체적인 학교

이름을 밝히지 못했을 것 같다. 우선, Y대에 진학할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당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상황에서 만약 Y대에 진학했다면 ‘운'도 아니라 ‘기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Y대를 입학한 이후의 꿈이 없었다. 마냥 핑크빛 이미지만 있을 뿐이었다. 입학만이 꿈의 전부였다. 딱 그만큼의 꿈이었다. ‘막연한 꿈’이었다. 혹시라도 운이 좋아 Y대를 갔더라도, 그 다음의 꿈이 없었기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을 것이다.


그렇다, 내 꿈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로부터 훨씬 나이가 들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작년 다이어리를 넘겨보다, 첫 페이지에 적혀있던 요란한 글씨를 보았다. 한 창업센터 입주 프로젝트에 도전하여 합격하자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목표를 적었을 때가 작년 1월이었으니, 당시에는 무엇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템도 없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창업센터에 입주만 하게 된다면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창업 아이템이 생긴다면 꼭 들어가고 싶었다.


작년 하반기 즈음 진행되었던 전형에서, 감격스럽게도 합격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3개월짜리 예비 합격자로서의 혜택만 누릴 수 있었다. 하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지기는 했었지만, 딱 거기까지 었다.


어린 시절, 그때와 같은 실수였다. 내 꿈은 막연했고, 구체적이지 않았다.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꿈꿀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상상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일지 파악하면서 꿈의 단계를 세분화하고, 이 꿈을 통해 진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꿈을 구체화시켜가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목표들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수도 있다. 단기적인 성공들이 쌓인다면, 자신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꿈이 구체적이라면, 혹여나 실패를 경험한다 하더라도 ‘막연한 실패’가 아니기에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이 당장의 내 모습인 것 마냥 생각해 보는 것도, 지금의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고 하지 않는가.


구체적인 꿈이 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내 꿈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 매 순간 수정 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꿈을 구체화하고 세분화시켜가는 과정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등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꿈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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