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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Sep 19. 2017

결과가 행복한 목표

너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의 편지

일을 통해 의미가 드러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장인 정신에 내재된 기술과 음미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레바퀴는 고귀하지 않지만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은 고귀할 수 있다. 지식 노동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희소한 일이 아니라도 괜찮다. 대신 일에 대한 희소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 칼 뉴포트 [딥 워크]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현재 ‘어떤 레벨’이나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한다. 레벨이나 위치는 결국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의미하는데, 그 결과라는 것은 꼭 거창한 것도 아니며 어른이 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벌써부터 아웃풋이 나오는 교육 기관에 보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단다. 너 또래의 결과물이란 몇 년 뒤 원어민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발음은 얼마나 좋은지 등으로 결정될 수 있겠지. 괜스레 엄마의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질까 봐 걱정이다.


학교라는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성적표의 점수가 너의 결과물일 것이다. 앞자리 숫자를 갖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대학의 간판이 너의 결과물이 될 것이고, 입사하게 된 회사의 간판이 너의 새로운 결과물이 될 것이다. 고과가 너의 결과물, 실적이 너의 결과물, 불려 나가는 너의 재산이 너의 결과물이 되겠지.


사실, 그 결과물은 굉장히 중요하다. 결과물이란 너의 집중의 시간과 노력, 열정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결과물이 너에게 가져다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 결과물로 인해 네가 행복함을 느꼈는지, 자부심을 느꼈는지 아니면 그저 안도감을 느꼈는지, 허탈감을 느꼈는지 말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얼마나 몰입되었는지, 흔쾌히 즐거웠는지 혹은 힘들기만 했는지 말이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는 결과물로 다가올 것이다. 그 결과물이 네가 원하는 결과물인지 타인에 의해 강요된 결과물이었는지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짜 원하는 일이어야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험난한 노력의 시간도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칼 뉴포트의 ‘딥 워크’에서 언급된 비유처럼, 수레바퀴는 고귀하지 않지만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은 고귀할 수 있다. 여기에 엄마의 의견을 살짝 보탠다면, 만드는 과정이 고귀하다면 고귀하지 않아 보이는 수레바퀴도 의미 있는 결과물로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고귀했던 과정이 너만의 스토리가 되어 수레바퀴에 담길 것이다. 그리고 수레바퀴를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고 설정한다면, 수레바퀴를 만드는 과정은 당연히 고귀할 수밖에 없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에서 접한 유명한 우화가 있다. 


세 벽돌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두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벽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 임하는 자세는 달라질 것이다. 더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을 대하는 의미와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직업적인 면에서 그리고 어른이 된 후의 사회생활에 대해서 너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기란 불가능하다. 엄마가 경험했던 큰 조직과 작은 조직, 그리고 혼자 무엇인가를 해보기 위해 겪었던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은 너의 세상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네가 어른이 되었을 시기에는 취업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모두가 대기업에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는 시대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예측처럼 모두가 1인 기업가로 생활하게 될 수도 있기에 엄마의 시대에서 경험한 교훈이 너에게는 더 이상 교훈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본질은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너는 너의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너의 일을 통해 너의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너의 일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으나, 너의 목표를 보여주는 결과물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는 보람되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결과물을 이루기 위한 과정 역시 기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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