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Ji Youn Oct 10. 2017

차 한잔할까?

“차 한잔해요.” 이 말을 입에 담는 것도, 누군가 이렇게 말을 걸어 주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기다렸어요. 뭐랄까 그 순간, 정답을 맞힌 듯한 분위기로 뿅 하고 바뀌잖아요. 하릴없이 빈둥대는 것처럼 흘러가던 일상의 무대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 히라마쓰 요코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경쟁이 필수인 사회다.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친구보다 조금이라도 점수가 더 높아야 칭찬을 받을 수 있고,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 더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서, 더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서, 더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 하하호호 웃고 있는 옆 동료들과 경쟁한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경쟁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경쟁의 중점을 나의 성장을 위해서라기보다 단순히 비교우위에 있기 위함에 둔다면, 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옆의 친구, 동료보다 우위에 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학창 시절 내 옆의 친구 A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던 덕분에 소위 좋은 대학에 진학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황스러운 순간을 접하게 될 수도 있다. 몇십 년이 지난 후 만난 A는 내가 걸어온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개척해가며, 그 분야에서 전문가의 입지를 다지고 있을 수도 있다. A와 추억을 쌓기보다는 경쟁자로 여기며 지내왔던 시절은, 그래서 내가 더 낫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시절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A보다 잘 살게 되었나. 더 잘 산다는 기준이 있기는 한 것일까.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길이 있다. 그 길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시행착오들이, 어느 순간 선으로 연결되어 내가 보지 못한 길로 안내해줄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세상이 미래에는 없을 수도 있으며,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이미 엄마의 세상과 너의 세상은 다르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자꾸 뒤로 보내고 나만 빨리 가고자 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잠시 그 바쁜 마음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묻고 싶다.


진정 원하는 것이 빨리 앞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최고가 되겠다는 것인지.


더 빨리 위로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밑으로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혼자만 잘 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불가능하다. 하루 종일 집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쓴 책을 보며, 누군가가 만든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에 의해 배달된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가 있어야 가능한 삶이고,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삶이다. 혼자만 잘 될 수 없는 삶이다. 


즉, 경쟁의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 네 옆의 사람을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영어 공부의 목표가 9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취업이 아니라 외국인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맞듯이, 네가 설정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는 삶이었으면 좋겠고,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격려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혼자만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너도 잘 되었으면 좋겠고, 너의 친구들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잘 된 것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역시나 함께 잘 된 사람일 것이다. 함께 성장한 사람 말이다. 


그러기에 오늘도 옆의 사람에게 먼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차 한잔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결과가 행복한 목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