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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Sep 12. 2017

너의 선택은 옳았다

너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의 편지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는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 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그 과거의 순간이 대체적으로 웃으면서 기억하는 추억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만족스러운 시기를 보냈기에 그 당시의 내가 자랑스럽고, 지금의 모습에도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거울에 비치는 내 표정에도 당당함을 더해줄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행복은 지금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 


그렇게 지나간 내 모습에 자신만만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기억 속의 내 모습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답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우유부단했다. 결정을 미루고자 시간을 끌기도 했다. 아쉬웠던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라도 하면,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길에서도 얼굴을 가리고 싶을 정도다. 도대체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일까.


‘만약’으로 시작하는 과거의 에피소드는 사실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으로 이어지는 상상은 내 마음대로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며 조절이 가능하다. 가상의 세계는 당연히 실제 일어난 일보다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은 결과를 알고 있다. 그 결과가 아쉽다고 느끼기에 꾸는 꿈이므로, ‘만약’으로 이어지는 상상의 결과는 긍정적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잠시나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고, 상상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만약’으로 다시 쓰인 이야기의 결과는, 비교의 대상인 과거의 나를 더 루저로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기에 나의 과거는 더 아쉬워진다. 그 아쉬운 모습으로 이어온 지금의 상황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척이나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너는 지금의 너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지금의 너는 마치 드라마를 시청하듯 과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진짜 사랑을 찾지 못하고 거짓 사랑에 눈이 멀어 있을 때, 우리는 ‘이 바보야, 그 사람은 아니라니까!’ 라며 소리친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훈수를 둘 수 있고,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에서 충실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뻔한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는, 주인공의 뒤늦은 후회와 이를 수습하기 위한 어려움의 시기가 짜증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시청자의 시각일 뿐,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성장의 시기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교훈들이 분명히 있으며,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행이 현재의 모습을 만든다. 


지금은 그저 그때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기에 그리고 과거 선택의 결과를 알기에 아쉬워하는 것일 뿐이다. 과거의 네가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던 혹은 어찌할 줄 몰라 누군가의 조언에 의해 선택한 행동이던 그 당시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허투루 내린 결정은 없었을 것이다. 선택을 하기 위해 힘겨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면, 그래서 내린 결론이었다면 너의 선택은 충분히 옳았다. 


만약,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자신이 없다. 지금 아는 것과 그 당시 알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더라.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선택과 경험 덕분이었다.


그러기에, 과거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간은 차츰 줄여갔으면 좋겠다. 지금의 너를 계속 과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 너의 선택은 옳았다.

그리고 지금, 너에게는 미래를 바꿔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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