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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27. 2019

꼰대는 꼰대인걸 모른다

글램핑장에서 만난 꼰대의 메아리

얼마 전 글램핑을 하러 캠핑장에 다녀왔다. 글램핑은 처음이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서 더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도착한 뒤에는 짐을 풀고 정리를 한 뒤에. 캠핑장 앞바다를 둘러보기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후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케이크를 먹기도 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밤이 깊어져 잠을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캠핑장의 룰이 밤 10시 이후에는 매너 타임으로 최대한 조용히 하고, 잠을 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노래까지 트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괜찮아~", "오늘 같은 날에 누가 이 시간에 자냐?", "이런 날엔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어줘야지.", "아 이제야 좀 크리스마스 같네." 시끄러운 대화 소리에 노랫소리까지 더해지니 잠을 잘 수 없었다. 대화 소리까지는 어찌어찌 해도. 노래를 크게 트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노랫소리에 화가 났다. 참 어이가 없어서. 직접 가서 노래를 꺼달라고 얘기하니 노래를 끄는 대신에 노랫소리를 줄이겠다고 한다. 노랫소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꺼달라고 하니 그래도 계속 안 들리게 줄이겠다는 이야기만 반복되었다. 그 사람의 일행과 함께 대화하는 것만 봐도 꼰대 같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대화가 통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원래 캠핑장에서는 밤 10시 이후에 매너 타임이라고 얘기했다. 예약 시에도 명시된 것이라고 하고. 그랬더니 "우리는 우리끼리 알아서 즐길 테니 들어가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들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최소한 미안하다는 제스처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낌새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기도 하고.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밤 11시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런 말을 왜 들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자신이 만만하게 보여서 그런 말을 들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아무 인지조차 하지 못하다니.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슈퍼 꼰대를 만나서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는 대화는 계속 이어졌고. 함께한 사람이 말려서 우리는 숙소로 들어갔다. 꼰대의 언성은 새벽 2~3시까지 계속되었다. 사장님께 말씀드리려고 하니 주무시고 계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떠들고 노래까지 틀면서.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지 조차 모르는. 미안함을 1도 모르는 50대 아저씨는. 본인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못 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언제쯤 알 수 있을까? 아마도 평생 모르고 살 테지. 본인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 자신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꼰대는 꼰대인걸 모른다. 자신이 꼰대라는 것을 말해줘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방식에 맞지 않는 정보가 들어오면 과감히 차단해버린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대는 그대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그러다가 언젠가 깊은 깨달음 속에서 반성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꼰대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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