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의 저주 : 데자뷰-2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지어다.

by 김조흐

어느 겨울의 일상. TV에서는 최근 시청률 20%를 돌파한 핫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민형 말해봐요. 유진 씨, 내가 누구죠?
유진 .... (왜 이러지? 하는 혼란스러운 눈빛)
민형 (힘들게) 유진 씨.... 나, 준상이에요.
유진 (놀라는 표정)
민형 (어깨 잡으며 진실하게) 유진 씨가 그렇게 잊지 못하는 강준상이라구요.
유진 ... (슬프게 웃는다) 이런다고 달라지지 않아요. 이러면 안돼요.....
민형 (답답하다) 잘 봐요. 내가, 내가 바로 강준상이에요. 모르겠어요?
유진 (눈빛 변하며 탁 뿌리친다) 민형 씨, 나빠요. 내가 준상이 못 잊는 게 아무리 바보같이 보여도.... 이런 식으로 놀리는 거 아니에요.
민형 (표정)
유진 .... 갈께요. (하고 지나치려 하는데)
민형 (등에 대고) 야이, 바보야. 내가 준상이야. 강준상이라구! 그렇게 사랑했다면서 알아보지도 못해!
유진, 놀라서 민형을 보다가 천천히 슬픈 눈으로 변한다. 눈물이 고이는 유진.
유진 .... 당신이 준상이라구요? 아니요... 민형 씬 절대 준상이가 아니에요. (눈물 고인다) 준상인 나한 테 유진 씨라고 부르지도 않았구요.... 이런 식으로 자기감정을 강요하지도 않았구요..... 날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는 애였어요.
민형 (표정)
유진 얼마나 다른지 말해줄까요? 민형 씨 어깨는 여유 있어 보이지만 준상인 항상 움츠려 있었어요. 민형 씨 걸음걸이는 당당하지만 준상인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로와 보였어요. 민형 씬 너무 환하게 잘 웃지만 그 앤, 맘 놓고 잘 웃지도 못했어요. 더 말해줄까요? 더 듣고 싶어요?
민형 (처참한 표정)
유진 (눈물을 닦더니) 갈께요.

수현은 언젠가 들어봤던 익숙한 대사에 눈을 뜬다.


“어라... 이 드라마는?? 뭔가 익숙한데.. 아!? 겨울연가인가?”


수현은 비몽사몽 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다. 풋풋한 20세 시절.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가 있었다.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바로 그 작품. 아직도 인생 드라마로 남아있는 이 드라마가 왜 하필 지금 타이밍에 TV에 나오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진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몸이 불편해서 움직이기 조차 버거웠다. 한라산 어느 산속에서 추락한 뒤 어둠 속에서 홀로 아픔을 감당하고 있었다. 지선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를 표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눈을 뜨니 TV가 틀어진 어느 따뜻한 거실 방바닥에 한가롭게 누워있으니 의아할 노릇이다.


“잠시... 뭐지 이게? 아 그래! 초록의 어떤 빛이 번쩍이면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사태 파악을 위해 수현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내 소변이 마려워서 일단은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한다.


‘쪼르르르륵...’

“후아~ 시원하다.” 하고 거울을 보는데

“어..어어어얽??!!”


화장실 거울을 본 수현은 놀라 자빠지고 만다. 바지를 올릴 겨를도 없이.


“이.. 이게 무슨 일이지??”


30대가 지나면서 피부의 노화가 빨라졌다. 피부는 생기를 잃기 시작하고 잡티와 주름이 조금씩 생겨났다. 38세의 수현은 어엿한 아저씨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거울에 보이는 청년은 풋풋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리즈 시절의 20세 수현의 모습과도 흡사한 그런 모습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꿈인가...”

하고 볼을 꼬집어보고 뺨을 때려보니 확실히 아픔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