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비자센터에서 정체모를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몽골 여행 준비를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인이 몽골에 가기 위해서는 몽골 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몽골비자센터에 들렀다. 몽골에는 이번 주 토요일에 떠날 예정인데 비자를 일반 비자로 발급받으면 3~5일이 소요되어서 할 수 없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당일 발급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몽골비자센터는 한남역 근처에 있었는데 1시간 정도를 이동하여 도착했다.
몽골비자센터의 오전 업무 시간은 10시~12시.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20분 정도이다. 비자를 당일 발급받기 위해서는 오전에 접수해야지만 오후 4시 이후에 받을 수 있었기에 오전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해서 비자를 접수할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초면의 어떤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저기, 혹시 계좌이체로 1만 원 보내드릴 테니 현금으로 바꿔주실 수 있으세요?"
이러한 요청에 1~2초간 생각이 많아졌다. 갑작스러운 요청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바로 승낙을 하고 지갑에 있는 1만 원을 꺼내드렸다. 그리고 카카오 계좌이체를 통해서 빠르게 이체를 받은 뒤에 서로 각자의 갈 길을 갔다.
갑작스러운 요청을 건네주신 분은 몽골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비자센터를 방문했는데 현금이 없어서 또는 통장에 있는 돈의 액수가 맞지 않아서 ATM기기로 비자 발급 비용을 입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이 몽골 비자 센터의 계좌번호로 비자 발급 비용을 ATM기기로 입금한 뒤 영수증을 출력해서 가져가는 일이다. 그 외에는 여권, 여권 사본 1장, 호텔 바우처 사본, 비행기 왕복 티켓 사본, 여권 사진 1장, 인터넷 비자 신청서가 필요하다(TMI).
"내가 만약 과거에 저분과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좌이체를 받고 현금으로 거슬러주는 오늘의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몇 개월 전의 나는. 집에 지갑을 두고 와서 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는 상황에 쳐했었다. 가뜩이나 약속된 일정이 있어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 집에 다시 들를 수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현금을 빌려서 지하철 티켓을 구매해서 바로 타고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다가 "상대방에게 계좌이체를 해주고 현금을 받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미쳐서 오늘과 같은 요청을 했었다.
그 당시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지하철 티켓 값으로 사용하라고 5천 원을 그냥 주시고는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셨다. 오늘의 경험을 하고 나니. 계좌이체를 해드린다고 해도,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도 "그냥 사용해도 된다.", "일 없다."는 말과 함께 그냥 가버리신 아저씨가 떠오른다. 너무 고마운 아저씨다. 아저씨 덕분에 이런 따뜻한 경험을 했기에 오늘의 내가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의가 선의를 낳는다. 언젠가의 아저씨가 주신 마음 따뜻한 선의가 나를 통해서, 나에게 도움받은 누군가를 통해서 계속해서 이어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나의 아저씨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