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레이저 수술 그거 별거 아니야.
며칠 전 티눈 수술을 했다.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부었길래 며칠 뒤면 나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증상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 반복되어서 발가락 전문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X-ray를 찍기도 하고,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약간의 무지외반증이 있는 것 같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최대한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고, 가끔 얼음찜질을 해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다.
확실히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니 발가락이 점점 나아지고, 아픔도 줄어들었다. 그 후, 별 일 아니겠거니 싶어서 발가락을 그대로 방치했다. 증상은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고, 약간의 불편함만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두기로 했다. 가끔 불편함이 조금 더 느껴질 때는 다시 정형외과에 가서 약도 받고, 간단한 얼음 처치를 받았다.
그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이 증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건가?"라는 의문. 몇 달째 이 의문은 계속되었다. 이러한 통증을 안고 한라산을 등반하기도 하고, 10km 마라톤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엄지발가락이 다시 아프고, 걷기도 불편해져서 정형외과에 갔다. 이번에는 혹시나 싶어서 다른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기존에 다니던 정형외과가 더 유명하고, 최신식의 장비를 갖췄기에 알 수 없는 신뢰감이 들었다. "이번에도 거기로 갈까, 그냥 다른 곳으로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내면에 소용돌이쳤다.
결국에는 뉴페이스의 승리!
가보지 않은 미지의, 새로운 정형외과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방문한 정형외과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발가락에 있는 이것의 정체는 '티눈'이며, 레이저 수술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수술이라니??..."
인생에서 수술을 해본 적이 **수술 말고는 없었기에, 매우 당황했다.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몇 초간의 고민을 하다가, 발가락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레이저 수술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성인이 된 뒤로 처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레이저 수술은 얼마나 아프려나?", "괜찮겠지??...", "수술하다 죽는 건 아니겠지ㅠㅠ" 등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불안에 떠는 나를 바로 잡아준 건 S였다. "괜찮아. 레이저 수술 그거 별로 아프지도 않고 금방 끝난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안심되었다.
처음 들어간 수술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그것과는 매우 달랐다. 시설이 더 열악해 보이기도 하고, 간호사님 1분만 오셔서 수술 준비를 해주시길래, "혼자서 수술을 해주시는 건가?" 하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엉덩이 밑쪽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액체를 바른 철판을 붙여주시고, 손가락에는 감전이 되지 않게 해주는 집게 같은 장비를 붙여주셨다. 간호사님이 손가락에 집게를 붙여주시면서 "이건 몸이 감전되지 않게 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거예요."라고 설명해주셨다.
"감전????"
아니, 감전이라니!! 레이저 수술이라 그런지 전기가 많이 통하는 건가 싶었다. 이 말을 들으니 또 불안해졌다. "아... 소중했던 내 인생, 감전으로 인해 끝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미치자, 소중한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너무 미리 불안을 안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이내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나만의 만트라를 마음속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모든 행운이 나에게 들어온다. 모든 건강이 나에게 들어온다!" 만트라를 외치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티눈 수술은 내 인생에 찾아온 '쉼표'였다. 하지만, 내 상상력은 거대해져서 그것을 '마침표'로 만들뻔했다. 다행히도 수술 준비가 끝난 뒤에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티눈 수술을 해주셨다. 수술실에 사람이 1명이라도 더 늘어나니 안심이 되었다. 티눈 수술은 찰나의 시간에 끝이 났다. 1~2분 정도 걸렸으려나?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놀랐다. 발가락에 마취 주사를 놓을 때를 빼고는 아프지도 않았다.
류시화 시인의 또 다른 말이 하나 떠오른다.
"그것을 큰일로 만들지 말라."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내가 너무 큰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서 괜히 머쓱해졌다. 뭐 아무렴 어때. 수술이 잘 끝났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심란한 시기가 지나가고, 얼른 회복이 되어서 가볍고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취가 풀린 뒤의 고통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이상하리만치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고통이 거의 0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하나도 안 아팠다면 거짓말이고, 0.1 정도의 고통이라고 해두자. 언젠가 사랑니를 뺀 적이 있는데, 마취가 풀렸을 때 무지 아프고 불편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덕분인지, 생각보다 아프지 않음에 감사했다.
지금은 티눈 수술을 한 지 6일 차가 되었다. 매일 정형외과에 다니면서 소독도 하고, 붕대도 갈아주고 있다. 엄지발가락을 못쓰니 걷기가 되게 불편해서, 어딘 가에 가려면 평소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린다. 게임으로 보자면, 이동속도가 -50%, -60%가 된 느낌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발가락이 다 나을 때까지 최대한 걷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다. 수술 부위가 덧나고 염증이 생기면 안 되니까. 물도 들어가면 안 되고! 그래서 최대한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티눈 수술을 무사히 잘 마치고, 더 이상 엄지발가락의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된 이유는 제대로 된 정형외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형외과를 가기 전에 방문한 곳은 '티눈'과 같은 일반 진료보다는, 무지외반증, 관절, 척추 치료에 특화된 정형외과였다. 그래서 그런지, 무지외반증과 관련된 부분 위주로 진료를 봤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방문한 정형외과는 정형외과적 진료와 내과적 질환을 함께 보는 곳이어서 종합적인 시각을 통해서 진료를 받고, 치료할 수 있었다.
특정 증상이 나타날 때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증상을 스스로가 제대로 알고,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형외과', '피부과', '내과'와 같이 동일한 의학 분야라고 할지라도, 해당 병원의 특화된 분야는 모두 다를 것이다. '피부과'에도 아토피 피부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기미-잡티-여드름 피부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쁘띠성형-보톡스-리프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등으로 나뉜다.
내가 엄지발가락 통증으로 몇 달을 고생한 것처럼, 특정 증상을 오래도록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증상이라 할지라도 빠르게 잡는 것이 좋다. 건전지는 오래가면 좋지만, 경미한 증상은 오래가면 만성 질환이 될 수 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건강. 스스로가 잘 챙겨야 하지 않을까? 좀 더 빠르게 내 증상을 파악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반성해본다.
발가락이 다 나으면 달리기나 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