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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06. 2020

인생은 코미디의 연속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필연의 연속인지

휴가 기간이 다가와서 고성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숙소를 예약했다. 강원도의 새파란 바다도 보고 싶었고, 아무도 모르는 먼 곳으로 떠나서 하늘을 보며 그저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여름휴가의 묘미인 바다에 빠져들어 해수욕을 하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예약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휴가를 가는 날부터 며칠간 계속해서 비바람이 몰아친다는 것이었다. 숙소는 며칠은 캠핑장에서 묵고, 며칠은 호텔에서 묵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휴가 기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었다.


네이버를 통해 전국의 날씨를 검색해봤다. 강원도부터 시작하여, 태안, 서쪽, 진도, 전라도, 포항, 부산 등 다양한 지역들의 날씨를 찾아봤다. 그 당시에는 경상도, 부산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휴가 기간 내내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나마 서울이랑 가까우면서도 휴가 기간 중 절반은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인 울진이나 포항을 목표로 잡고 숙소를 검색했다. 이번 여행에서 원하는 숙소의 조건은 바다 근처의 오션뷰, 깔끔하고 쾌적함, 어느 정도 넓을 것 정도였다. 예약을 조금 늦게 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내 기준에 맞는 숙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에서부터 에어비앤비, 여기 어때 등을 모두 이용했다. 에어비앤비에서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찾아서 예약했지만, 예약이 모두 꽉 찼다면서 미안하다는 호스트의 답변이 도착했다. 예약 불발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계속해서 숙소를 찾아봤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예정에도 없는 울산까지 가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숙소가 울산에 밖에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본 숙소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가성비까지 좋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서울에서 울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면 4시간 30분이 걸린다는 것 정도. 원래의 목적지인 고성으로 향했다면 3시간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 울산까지 가게 되었으니 예상보다 1시간 10분을 더 차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함께 여행을 가는 S는 지인들에게 이번 휴가는 울산으로 간다는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지인들은 

"도대체 어쩌다가 울산까지 가게 된 거예요?"

"울산에는 어떤 볼거리들이 있어요?"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면 5시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거리를 거쳐서 울산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답변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S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비 오는 날 호텔에서 쉬겠죠." 

그렇다. 우리는 울산에 있는 마음에 드는 호텔에서 푹 쉬러 가는 것이었다.


오늘은 울산으로 떠나는 여행 날이다. 여행 당일이 되니까 갑자기 서울에 해가 떠올랐다. 최근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장마전선의 영향 때문인지 날씨예보에 변동이 많았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고성과 지금 가고자 하는 울산의 날씨도 많은 변동이 있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고성의 날씨는 휴가 기간 동안 매일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울산의 날씨는 휴가 기간의 절반만 비가 오고 그 뒤로는 해가 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되어버렸다. 비를 피하려고 울산행을 선택했지만, 결국엔 비를 따라가는 상황이 되었다. 초집중의 상태로 온갖 지역의 날씨도 알아보고, 숙소도 찾아봤는데... 어이가 없고 허탈감이 들었다. 문득 어딘가에서 들은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인생은 코미디의 연속이다."


그냥 운명에 맡겨야 했던 걸까? 고성 숙소를 예약한 뒤에 그저 기다려야 했던 걸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후회는 없다. 며칠 뒤에 또 날씨가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미 선택한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이왕 그러기로 선택한 거, 울산으로 떠나기로 한 거라면 그 상황에 맞게 즐기면 그만이다. 오늘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웠다. 날씨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무리 머리를 쓰고, 어떻게든 피해 가려고 해도 결국에는 만나게 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그저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맞닿은 상황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울산으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울산에서 어떻게 더 재미있게 놀고 휴식을 취할지에 대한 생각만 하기로 했다. 과거를 후회하기에는 현재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울산 여행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여행의 시작은 준비과정부터라고 한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부터 설렘을 느끼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출발하기도 전에 인생의 지혜를 얻게 해준 이번 여행이 참으로 고맙다. 순간을 즐기며 좋은 시간 보내면서 푹 쉬다 올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오늘 하루 비 피해 없이 안전하고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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