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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Aug 15. 2020

당신의 목표가 작심삼일인 이유

목표를 이루는데도 단계가 필요하다, 킵고잉X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전형적인 올빼미족인 L은 오늘부터 새 인간으로 거듭나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게으르게 살아왔다. 매일 늦잠을 자고, 틈만 나면 유튜브에 접속해서 재미난 영상들을 시청했다. 3개월 뒤에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오늘부터 새 인간이 되기 위해서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L의 첫 번째 목표는 하루 30분 달리기, 두 번째 목표는 스쿼트 하루 100개, 세 번째 목표는 새벽 5시 기상하기, 네 번째 목표는 운동 식단 유지하기로 정했다. 과연 L은 자신이 정한 목표대로 매일 실천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NO"이다. 99% 확률로 L이 실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형적인 올빼미족으로 게으르게 살던 L이 갑자기 새 인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행한다고 해도 그것이 작심삼일에 그칠 확률이 매우 높다. 나의 사례와 주변의 수많은 사례만 봐도 그렇다. 새해를 맞은 며칠 동안의 헬스장의 분위기는 왁자지껄하다. 올해부터 살을 빼겠다는, 복근에 王자를 만들겠다는, 근육량을 늘리겠다는, 어깨 깡패가 되어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각양각색의 목표로 헬스장에 모인 그들은 그저 10일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도 출석률이 뜸해진다. 어제는 일이 늦게 끝나 피곤해서, 오늘은 술 약속이 있어서, 내일은 남자친구와 데이트가 있어서 등의 수많은 이유들.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행동에 옮기고,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지금부터 그들의 목표가 작심삼일에 그치는 이유를 습관의 관점으로 살펴보겠다.


본질적으로 돌아가 보자면. 그들이 실패한 첫 번째 이유는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목표를 잡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아주 큰 목표를 잡으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목표로 잡으면 그것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틀렸다. 그것도 완전히 틀려먹었다. 나도 한때는 당장에 실행할 수는 없지만 지향하는 바를 위하여 아주 큰 목표를 잡은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하루 팔굽혀펴기 100개>, <하루 글 100개 쓰기>, <매일 책 1권 읽기>가 있겠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시절에 갑자기 하루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25개를 나눠서 4개를 한다고 해도, 다음 날에는 팔이 당기고 너무 힘들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 안되겠다.", "내일 하지 뭐..."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며칠 시도하다가 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작심삼일이 되는 목표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저런 목표를 잡았는지 모르겠다. 하루 글 100개 쓰기와 매일 책 1권 읽기라니. 책 1권 읽기는 그렇다 쳐도. 글 100개 쓰기는 하루 24시간을 통째로 쓴다고 하더라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그런 목표다. 성공하기 위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다양한 이유로 무리한 목표를 잡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너무 큰 목표는 작심삼일의 가장 큰 이유다. 목표가 너무 크면 시도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하루 글 100개 쓰기라는 목표를 시도했을 때는 첫날부터 글 32개를 쓴 뒤에 탈진하고 뻗어버려서 실패했다. 너무 무리한 나머지 며칠을 앓아누웠다. 그 뒤로는 절대 그런 시도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 걸까? 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에서는 목표를 아주 잘게, 세밀하게, 마이크로 크키 만큼으로 쪼개라고 말한다. 다양한 종류의 습관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모두가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100만 유튜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꾸준함의 상징 신사임당조차도.

내 좌우명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이것은 약한 의지력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목표치가 1만이라고 하면 우선 1,000씩 자르고, 그것을 또 100씩 자르고, 또다시 10씩 자른다. 내 의지력의 크기가 10이라면 목표치도 10까지 자르고, 의지력이 1이라면 1까지 자르는 식이다. 목표를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잘라서 하나하나씩 더해가는 것이다. 1이 모여서 10이 되고, 10이 모여서 100이 되고, 100이 모여서 1,000이 된다. …나처럼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은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 1개 소싱 해서 올리기' 등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목표를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내가 꿈꾸던 큰 목표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_<킵고잉> p191, 주언규(신사임당)

유튜브에 매일 1개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신사임당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스마트 스토어에 물건 1개 소싱 해서 올리기'라는 아주 작은 목표에서부터 단계를 밟아나갔다. 일주일에 1개씩 영상을 올리기도 버거운 유튜브 영상을 매일 꾸준히, 그것도 상당한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신사임당이 참으로 대단하다. 최근 영상을 보니 잠을 안 자는 날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반성하게 되었다. 아직 원하는 바에 근접하지 못했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에 너무 안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어 야 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신사임당 님이 제일 중요한 1순위인 건강도 잘 챙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작게 시작하면 언제 원하는 목표를 이루냐?"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다. 

1퍼센트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극히 작은 발전은 시간이 흐르면 믿지 못할 만큼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자.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처음 그 일을 했을 때보다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퇴보한다면 그 능력은 거의 제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성과나 후퇴였을지라도 나중에는 엄청난 성과나 후퇴로 나타난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돈이 복리로 불어나듯이 습관도 반복되면서 그 결과가 곱절로 불어난다. …2년, 5년, 10년 후를 생각해보라. 좋은 습관의 힘과 나쁜 습관의 대가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_<아주 작은 습관의 힘> p34, 제임스 클리어

하루에 1퍼센트씩만 성장해도 1년에 37배나 성장할 수 있다니 놀라울 일이다. 아주 작은 목표라고 해도 그것을 하찮게 보면 안 된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글쓰기를 아주 잘게 1의 단위로 목표를 잡는다고 가정해보자. 1의 단위의 목표로 하루에 한 문장을 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루에 한 문장을 쓰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10분 남짓이다. 그것을 1년 동안 매일 반복한다면, 총 360개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문장을 글자 수 100자로 가정하면, 1년 동안 36,000자의 글자가 완성되는 것이다. 짧은 글이 담긴 에세이를 기준으로, 1페이지에 280자가 담겼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무려 종이책 128페이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매일 한 문장씩 2년을 쓰면 256페이지의 분량이 완성되어 자신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 하루 5분의 투자가 복리로 쌓이면 책이라는 결과물이 완성된다.


당신의 목표가 작심삼일인 이유, 그리고 목표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다. 2) 기존의 목표가 1만이었다면, 100, 10으로 잘게 쪼개서 작게 시작해야 한다. 3) 자신의 의지력이 10이라면 10만큼의 목표를, 의지력이 1이라면 1만큼의 목표를 잡아야 한다. 4) 하루에 팔굽혀펴기 1개, 글 1문장 쓰기, 책 1p 읽기와 같은 작은 목표라도 좋다. 하루에 쉽게 해낼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잡으면 된다. 5) 하루에 1퍼센트씩만 성장해도 1년에 37배 성장할 수 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던 전형적인 올빼미족 L은 목표를 아주 잘게 쪼개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화된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매일 반복하면서 습관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습관화가 되면 그것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의지력의 소모가 극도로 줄어들며, 에너지가 0에 수렴하게 된다. 그렇게 빈 공간이 생긴 에너지에 다시 새로운 목표 또는 더 나아간 100의 목표를 채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데도 단계가 필요하다.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권투를 처음 배울 때, 요가를 처음 배울 때 모두 첫 시작의 단계가 필요하듯이 목표를 이루는데도 그에 맞는 단계가 필요함을 잊지 말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치부터 잘게 쪼개서 시작한다면 어느새 당신의 목표 그릇은 조금씩 넓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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