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두 가지 모두 일치하면 가장 베스트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보이는 욕망과 그 욕망에 가려진 진짜 욕망은 다르다. 보이는 욕망은 겉으로 드러난 욕망으로, 가령 직접 쓴 글의 조회수를 많이 받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진짜 욕망을 알 수 있다. 보이는 욕망이 글의 조회수를 많이 받는 것이라면, 진짜 욕망은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필력을 인정받는 것, 글쓰기를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보이는 욕망과 진짜 욕망이 다르듯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도 다르다. 성격을 팝니다에 나오는 주인공 캐서린이 하고 싶은 일은 단편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잡지사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와 반대로 그녀는 양육 칼럼을 무지하게 잘 썼다. 양육 칼럼을 쓰는 것은 캐서린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잡지사 편집자들이 그녀의 칼럼을 얻으려고 앞다투어 경쟁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한동안 그녀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그녀로부터 양육 칼럼을 얻으려고 서로 경쟁했던 잡지사 편집자들이 그녀가 쓴 소설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원고를 돌려보냈다. <성격을 팝니다, p081>
글쓰기와 관련된 나의 사례
캐서린의 사례를 보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나의 잘하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 글쓰기로 예로 들자면, 에세이를 출간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과는 무관하게, 현실은 에세이를 잘 쓰지도 못할뿐더러 에세이를 많이 읽지도 않는다. 현재 <반백수의 아홉수>라는 주제로 출간 기획서를 작성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고 있지만 앞선 캐서린의 단편소설처럼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잘하는 일은 외면하고,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에서 내가 잘하는 일은 자기 계발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다. 한참 서평을 쓰던 시기에는 브런치를 통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협업을 진행하자고 했다. 그리고 에세이와 관련된 글을 쓸 때와는 달리, 자기 계발&서평과 관련된 글을 쓰면 조회수도 높게 나오고, 편집자에게 간택되어 다음 메인 노출 글로 선정될 확률도 높다.
잘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글로 쓰니 더 명확해진다. 내가 잘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는 것을. 요즘은 완성된 에세이 출간 기획서를 투고하기보다는 자기 계발 분야로 새로 출간 기획서를 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하는 분야이니 글도 더 잘 써지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이다. 이미 생각해둔 방향성은 있지만 <반백수의 아홉수> 출간 기획서를 쓰느라 출판과 관련된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당분간은 기획서를 쓸 에너지를 모은 뒤에 다시 써 볼 생각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속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비교 분석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인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가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나처럼 빙빙 돌아서 가지 않고,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