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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14. 2020

정유미와 최우식의 한 달 살이

강원도 고성 시골마을에서의 여름방학 홈캉스

한 달 살이가 떠오르는 이유

2박 3일의 짧고 굵은 여행의 시대는 지나갔다. 최근에는 현지인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는 한 달 살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한 달 살이부터 강원도 한 달 살이, 농촌 한 달 살이, 심지어는 문명의 그늘에서 잠시 벗어난 생활을 하는 템플스테이 한 달 살이까지 생겨났다. 한 달 살이를 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퇴사 후 안식년을 갖기 위해서,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기해서, 예전부터 꿈꾸던 도시에서 살고 싶어서, 각박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 이유의 이유를 떠나서. 한 달 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만족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져서이지 않을까?


강원도 고성 한 달 살이

최근에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에서도 한 달 살이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여름방학은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친구들이 낯선 곳에서 일상을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촬영지는 강원도 고성의 한 마을로 인적이 드문 시골에 가까운 곳이다. 출연진들은 이곳에서 20일 이상 머물면서 밭에서 먹거리를 수확하고, 매일 다양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먹으며,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시골길을 둘러보기도 한다. 해수욕장 근처의 한 서핑 샵에 방문하여 서핑을 배우기도 하고, 그들과 친해져서 이웃이 되어 소통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직접 베이킹하여 만든 애플파이를 나누기도 한다. 잠시 동안 여행을 온 것이 아닌, 강원도 현지인의 삶을 직접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을 바라보니 내가 다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어느 낯선 시골 마을에서 한 달 살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 어색한 최우식

사실 최우식은 촬영 전 인터뷰 때 자신이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20일이 넘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정유미는 실제로 한달살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최우식은 "누나 진짜 거기서 리얼로 한 달 동안 사는 거야?"라고 물었다. 이에 정유미는 "응, 너도!"라고 대답했고 최우식은 매우 당황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 뒤로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최우식은 아직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 언제든 합류하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여름방학 촬영 초반의 영상을 보면 시골집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하루를 마무리한 뒤에 매일 일기를 쓰는 일도 어색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골 생활이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그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여름방학이 필요한 이유

여름방학에 빠져들수록 사람들이 한 달 살이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생의 다양한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하루하루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것.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여름방학이라는 말처럼 그들의 일상은 방학과도 같았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여름방학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삶에 지쳐서, 일에 묻혀서, 걱정이 가득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 관계에 지쳐서와 같은 다양한 이유들. 그저 버티고 있는 시기에는 "조금만 더 버티고 노력하면 다 해결되겠지"라는 마음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지는 않을까.

찍고 떠나기 식 여행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미니 은퇴는 집에 돌아가기 전, 또는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한 곳에서 1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머무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궁극적인 의미에서 휴가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미니 은퇴는 비록 쉬는 것이기는 하지만, 당신을 무엇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보게 해서 백지상태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p390~391>

셀프 미니 은퇴

은퇴는 50~60대 이후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은퇴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음만 먹으면 1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자신만의 미니 은퇴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볼 수도 있다. 삶의 방향성을 상실했을 때 자신만의 셀프 여름방학을 통해 마음을 잠시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 달 살이가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세상의 소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지금의 순간에 집중한다면 어느 순간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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