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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20. 2020

잔소리보다 더 기분 나쁜 '그것'

"우리 부부는 30년 넘게 같이 살면서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했습니더. 비결이 뭔지 압니꺼?" 내가 물음표를 담은 눈으로 쳐다보자 그분은 특유의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 해야 되는 거라예. 그런데 살다가 아, 이거는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 번은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 <힘 빼기의 기술, p282>

충고를 안 하고 살 수 있는 것일까? 최근 몇 달을 돌아보면 충고를 꽤나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충고를 안 해야 돼. 입이 근질근질해 죽겠어도 충고를 안 해요 되는 거라예. 내가 저 사람을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한 번은 얘기를 해줘야 되겠다 싶을 때도 충고를 안 해야 돼요."라는 말이 다소 충격적으로 들렸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충고라는 것을 할 때는, 아니 말을 내뱉기 전부터 조금 더 생각하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명한 사람은 말을 아껴야 한다.", "마지막 말 한마디는 아껴야 한다.", "잘 늙기 위해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라는 말들이 세상에 계속 남아있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며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충고를 한 번도 안 하기란 힘들겠지만, 이전보다 조금은 줄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순 있을 것 같다. 충고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름"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조언', '잔소리'라는 단어도 있지만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애매다.


충고와 잔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한 장면이 떠오른다. 유재석은 어린 학생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다. 그런 그의 질문에 학생은 생각지도 못한 답을 준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잔소리는 기분이 나쁘다는 말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충고는 더 기분 나쁘다는 말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어린 학생은 벌써부터 인생의 지혜를 깨달은 걸까? 충고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잔소리를 퍼붓는 충고 남발자는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분명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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