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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Sep 21. 2020

프로가 되기 위해서라도

내 인생에서 이 단계들이 어떻게 펼쳐졌는지에 기반해 나만의 로드 맵을 소개하겠다. 1단계는 단 1시간이라도 자리에 앉아 일할 수 있는 단계다. 비웃지 마라. 100명 중 99명은 해내지 못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입문 수준, 유치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나는 7년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오래전 맨해튼의 셋방에서 깨달았다. <루틴의 힘, p201>

유치원 수준의 시기

전문성에 이르는 3단계 중 1단계는 자리에 앉아 단 1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이는 100명 중 99명은 해내지 못하는 단계다. 베스트셀러 소설 <불의 문>, <배거 밴스의 전설> 등과 창의력에 관한 논픽션 <최고의 나를 꺼내라!>, <행동하라>등을 집필한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프로가 되는 일은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내가 현재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단계는 유치원 수준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1시간을 반복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비로소 2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다음 날에도 할 수 있을까? 하루 종일은 가능할까? 일주일 동안 계속할 수 있을까? 이 단계에서의 우리는 만화 속 물고기와 같다. 그 물고기는 원시 바다에서 튀어나와 숨죽인 채 마른땅에 처음 지느러미를 내디뎠다. 이는 거대하고 획기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가미를 지닌 채 시속 0.0001킬로미터로 기어가며 산소를 갈망하는 캄브라아기의 원시 물고기, 실러캔스에 불과하다.


원시 물고기의 단계

아직 실러캔스에 불과한 단계에서는 누군가를 만족시키거나 관심을 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저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자기 파괴적 충동을 조절하고, 역경에 처해서도 굴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 유튜브에서 흥미롭게 본 내용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양질의 법칙은 진리라는 말. 양질의 법칙은 있을 수 있어도, 질양의 법칙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블랙스완이 나타나서 아주 작은 확률로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수많은 아웃풋의 과정을 통해서 실력이 향상된다. 양적인 면이 기본이 되어야 질적인 면도 그와 함께 성장한다.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현재 매일 글을 쓴 지 76일이 되었지만 아직 질적인 면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게 되는 행운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원시 물고기의 단계인 2단계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적인 면을 꾸준히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3단계에 도달한다면

3단계에 도달하면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우리가 장 하나를 쓸 수 있다면, 단편 소설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까? 단편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제 장편 영화도 만들 수 있을까? 이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아가미로는 호흡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는 폐를 가졌고, 두 다리로 서 있으며, 완성된 문장으로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품질'을 논하기 시작한다. 기교, 경험,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시장에서 통하는,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전하는, 그리고 독립적인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그럼 이제 프로가 된 것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어찌어찌해냈지만, 두 번째도 가능할까?

프로란, 자신의 주변 또는 자기 내면에서 좋든 나쁘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고차원적 노력과 윤리로 무장한 채 계속해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프로는 매일 일터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프로는 아픈 채로도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다. 프로는 성공도 실패도 절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 역설적이게도 프로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젊어지고 순수해진다. … 전문성이라는 여신에게, 그에 이르는 과정에 스스로를 바치는 것이다. <루틴의 힘, p205>

프로가 되기 위해서라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다. 질적인 면을 논하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루틴들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앞으로 더 나가야 할 것 같다. 프로가 되기 위해서라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금의 루틴들을, 매일 글을 쓰는 행동을 놓지 않을 것이다. 꾸준함을 잃지 말자, 내면의 순수함을 잃지 말자,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참 많이 배우는 하루다.


참고도서: 루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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