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그대는 죽어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죽은 이를 추억하면서 동시에 우리도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222>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임종체험과 유언 쓰기와 같은 활동들이 궁금하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과연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이 생겨서 죽음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선택된 책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이다. 해당 책에서는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바라보는 실제적 관점을 제시한다. 책의 저자 샐리 티스데일은 완화의료팀 간호사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솔직하고 명쾌하게 서술했다.
완화의료란 질병의 개선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을 완화시켜 보다 편안하게 삶을 유지하는데 목적을 둔 의료를 말한다. 또한 환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며 치료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죽음과 가까이 마주한 환자들을 돌보면서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입문서나 영적 지침서와 다르다. 샐리 티스데일이 일과 삶에서 죽음을 동행하며 겪은 일화들과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전통과 문학에서 수집한 죽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슴 아프고, 아름답고, 두렵고,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럽고, 심지어 유쾌한 경험을 두루 탐구하여 죽음과 죽어감에 관해 실질적인 조언과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10장에 나오는 시신 파트를 예로 들면 시신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문화,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 시신을 대하는 자세, 죽은 사람도 결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 시신 방부 처리에 대한 찬반,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죽음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인간이 죽은 뒤의 상태인 시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약간의 관심이라면 좀비 영화에 대한 흥미 정도랄까. 하지만 시신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파트를 통해 인간이 죽은 뒤에 겪게 되는 과정들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산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감촉과 온기를 느껴 바로 반응하게 된다.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넓은 기관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접촉할 때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주요 기관을 접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신의 피부는 이와 다르다. 살아 있는 피부 아래에선 지속적인 혈액 흐름과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근육에서 전기적 신호의 파동도 일어난다. 반면 죽은 피부는 탄성도 없고 무르다. 시신에서 땀이 나와 축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몸은 죽은 후 한 시간에 약 0.8℃씩 체온이 떨어지는 사후 경직이 일어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p220>
시신을 옮길 때 방광과 장에서 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시신에서 한숨 소리나 신음 소리가 나더라도 놀라지 마라. 시신을 돌릴 때 폐에 남아 있던 공기가 빠져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아기를 안거나 껴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시신을 드는 방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적나라한 표현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저자가 그만큼 이와 관련된 수많은 경험들을 눈으로 직접 마주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그 외에도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기 전 마지막 몇 달에서부터 며칠, 마지막 순간을 겪는 과정, 죽은 뒤의 애도와 기쁨까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면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마주하기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경험한다. 메멘토 모리에 담긴 의미처럼 우리도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삶에 조금 더 감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참고 도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