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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02. 2020

습관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1가지

위치는 가장 강력한 마찰력이다. <해빗, p162>

습관의 영역에서 '위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힘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삶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마찰력은 바로 '거리'일 것이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것과 더 자주 교류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대개 무시한다.


미각 실험에 참여하고자 어느 연구실 부엌에 들어섰다고 가정해보자. 인터뷰 담당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질문지를 가지고 다시 올게요. 그때까지 뭐든 마음대로 드세요." 방 안에는 두 개의 그릇이 있다. 그중 하나에는 버터 팝콘이, 다른 하나에는 껍질이 깎인 사과가 담겨 있다. 홀로 남겨진 시간은 총 6분이다. 어떤 날은 팝콘 그릇이 손 닿기 쉬운 식탁 위에 있고, 사과 그릇은 보이긴 하지만 먹으려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조리대 위에 있다. 또 어떤 날은 둘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할까?


일반적으로는 뭐든 먹을 수 있으니 위치가 어떻든 상관없이 더 좋아하는 쪽(아마도 팝콘)을 먹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팝콘이든 사과든 일어나서 집을 필요가 없을 때 실험 참가자들은 가까이에 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었다. 손 닿기 쉬운 거리에 사과가 있을 때는 약 50칼로리를 더 먹었고, 같은 위치에 팝콘이 있을 때는 섭취량이 세 배나 증가했다. 바꿔 말하면 팝콘이 더 멀리 있을 때 참가자들은 팝콘을 세 배나 덜먹었다는 뜻이다.


이 실험에서 마찰 요인은 아주 단순했다. 바로 '거리'였다. 고칼로리 스낵을 단지 약간 멀리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마찰력을 생성해냈다. 향긋한 팝콘 냄새에도 섭취를 참게 만드는 데에는 그 정도의 거리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거리'는 큰 마찰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하면, 집에 최대한 고칼로리 음식을 두지 않아야 한다. 집에 먹거리가 가득하면, 그리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먹을거리가 많다면 무의식적으로 저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손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찰 요인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방법은 없을까? 제일 좋은 것은 앞서 말했듯이 집에 고칼로리 음식,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럴 수는 없다.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집에 혼자만 살지 않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런 경우라면 고칼로리 음식까지 접하는 거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이는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즉, 그것을 찾기 위해서 여러 단계를 거치도록, 최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냉동 치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은 날에는 냉장고에 자연스럽게 손이 갈 것이다. 또는 냉동실에 있는 다른 음식을 꺼내려다가 치킨이 보이면 먹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치킨을 비닐이나 여러 도구를 이용해 최대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보이지만 않아도 반은 성공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냉장고를 뒤지다가 "어? 이런 게 냉장고에 있었던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잊혔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킨도 보이지 않게, 웬만하면 기억에서 잊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치킨이 이미 구매한 치킨을 생각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치킨이 담긴 봉지를 여러 겹으로 싸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해보자. 오늘 당장 치킨이 먹고 싶은데 5봉지로 겹쳐진 비닐을 뜯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조금은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머뭇거림은 "아, 귀찮은데 그냥 계란이나 먹을까?"로 이어질 수 있다. 제일 좋은 건 아예 치킨을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지만, 집에 존재하는 경우라면 위와 같은 거리 두기 전략을 사용하도록 하자.


치킨의 사례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위치는 가장 강력한 마찰력이다"라는 말처럼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활용한다면 인생에서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거리 마찰 요인으로 '책상 위에 책 쌓아놓기'를 이용한다. 과거에는 책장에 책을 가지런히 모아뒀었는데, 책을 꺼내러 가는 그 행동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어 책을 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책상 위에도 책을 쌓아두고, 거실 바닥에도 책을 쌓아두곤 한다. 이렇게 책과의 거리를 좁히니 손만 닿으면 책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독서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침실 옆에 책을 두는 것도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되겠다.


지금까지 '위치'가 주는 강력한 영향력에 대해서 알아봤다. 나쁜 습관이 있다면 최대한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그리고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최대한 거리를 좁히는 전략을 이용해보자. 삶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마찰력은 바로 '거리'라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분명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고 도서: 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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