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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Oct 17. 2019

하마터면 또 늦을 뻔했다

이놈의 미루는 습관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이놈의 미루는 습관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나는 뭘 하든지 미루는 게 습관이 되어서 뭐든 일단 미루고 본다. 서류를 제출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루고 미뤄서 마지막 날에 제출하고는 한다. 가고 싶은 모임이 있으면 신청 마감일이 되어서야 신청 버튼을 누른다. 그러다가 신청하는 날짜를 깜빡해서 마감일이 지나는 날도 허다하다.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이번에도 또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행동했다. 간단하게 1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그 기한을 놓칠뻔했다. 이번에는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는 일이었는데 10월 13일 만료일이 다되어서야 다시 갱신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1분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1달 전부터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치해둔 것이다. "뭐 나중에 하면 되지~ 시간 많이 남았네!"라는 안일한 마음가짐 때문에 그만 만료일까지 와버렸다. 



고갱님 오늘 당장 갱신하세요^^

인증서를 갱신하세요. 지금 당장!

캘린더에 10월 13일이 공인인증서 만료일이라고 적어두지도 않았다. 이번에 만료일을 넘겼다면 다시 은행에 가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을 받거나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덤으로 말이다. 어차피 갱신할 인증서인데 이렇게 계속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언제부터 미루는 습관이 생긴 것일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일단은 미뤘다. 과거 일을 하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하루의 할 일을 캘린더에 저장하고 그 순간에 바로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미루는 습관의 시초는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이렇게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살다 보니 좋지 않은 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참석하고 싶은 모임이 있어서 캘린더에 저장을 해뒀다고 가정해보자. 모임의 신청 마감 당일에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그 하루가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미처 신청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청을 하더라도 마감 당일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신청글을 더 잘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 만족하지 못한 채로 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준비가 덜 된 채로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청을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게 된다.



미루는 습관이 주는 시간적, 금전적 손해

KTX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 편도로 끊은 여행에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매하는 일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며칠 전에 미리 KTX를 예매해두면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데다 창가 옆 좋은 자리까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루고 미뤄서 당일에 예매를 한다면 결국에는 입석을 타게 되고 불편하게도 KTX 통로 자리에 일어서서 가게 된다. 


비행기를 예매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번 제주도 여행을 편도로 비행기표를 구해서 출발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은 정하지 않았었는데, 돌아가는 날 그 당일 새벽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좌석이 많이 없기도 했고, 가격도 평소보다 비쌌다. 사실 비행기표를 예매한 새벽 시간이 되기 몇 시간 전에도 비행기 시간을 알아봤었다. 그러나 밥을 먹고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일단은 나중에 예매하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예약 가능한 비행기 종류도 많이 사라지고, 예약 가능한 비행기의 최소 가격도 2만 원이나 더 올라버렸다. 미리 예약했으면 더 좋은 자리와 더 효율적인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었을 텐데. 


이처럼 미루는 습관들 때문에 시간적 손해와 금전적 손해를 많이 보게 되었다. 미루는 습관이 주는 장점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험처럼 계속해서 미룸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미루면서 살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일의 실행 날짜를 그 일의 마감일보다 며칠 앞으로 캘린더에 정확히 저장해 두고 그 당일에 바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경험상 마감일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날짜를 정확히 잡아두면 막연히 "다음 주에 운동해야지"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동할 확률이 크다. 가령 "다음 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우리 집 앞 공원에서 30분 동안 줄넘기 500개 해야지!"처럼 날짜와 행동 모두 구체적일수록 행동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갱신과 비행기표 예매와 비슷한 일들은 위와 같은 방법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공인인증서 갱신 만료일이 10월 13일이라면 캘린더에는 10월 7일을 <공인인증서 갱신하는 날>이라고 저장하여 그 당일에 바로 실행을 하게 만든다. 비행기표 예매의 경우에도 당일에 탑승할 비행기를 당일에 예매하지 말고, 미리 시간을 정해둬서 <비행기 탑승 3일 전에는 무조건 돌아가는 비행기표 예매하기>라는 목표를 캘린더에 저장해둔다. 이처럼 해야 할 일을 구체적인 행동과 시간을 미리 정해서 설정해두면 미루는 습관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에서 얻은 깨달음 덕분인지 미루는 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더 이상 미루면서 살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매일 아침 오늘 할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해서 그대로 실행해보기로 했다. 우선순위에 따라 <급하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등으로 나눠서 실행하니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가 뚜렷해졌다.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사람이니까


이제 웬만하면 공인인증서 갱신을 만료일 바로 당일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KTX나 버스, 비행기 등 무엇인가를 예매할 때도 마찬가지고. 


뭐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또다시 게으른 나로 돌아갈 것이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래도 과거와는 달리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 인생에서 <하마터면 또 늦을뻔했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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