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희망은 노을이 되어 날 비아냥거리며 찬란한 금빛을 뿌리며 이 어둠
벌써 잃어버린
나 자신과 맺은 영원의 약속을 찾으려
난 날 유혹하는 아름다운 석양을 등지고
어둠만이 가득한 그곳을 바라보며
태양이 떠오르리라 확신한 그곳을 바라보며
내 믿음만큼의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그 순간 난 어둠이 무서워졌던 걸까
아니면
석양이 내 등 뒤의 바람을 유혹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날
따스한 손길처럼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선 안되는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난 이내 뒤돌아서서 석양을 바라보았고
그 아름다움에 눈부셔
잠시
아주 잠시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내 희망은 노을이 되어
날 비아냥거리며
찬란한 금빛을 뿌리며
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난 내 마지막 희망마저 이 어둠에
빼앗겨 버렸다.
모두들 제 살길을 찾아 기러기 마냥
자신이 가야 할 길로 날아가 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들 그렇게 내게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날 잊기 시작했다.
모두들 제 살길을 찾아 날아가 버렸는데
난 예전 모습 그대로 그냥 그렇게
시간이 멈추어 버린 이 들녘에서
친구도 없이 외톨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나도 이제 내 살길을 찾아
푸르른 들녘을 찾아
그 어딘가에 있을 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도 될 듯한데
그들이 떠난 후
내가 그들을 추억하며 기다린 것처럼
이제 이 들녘엔
날 그리워해 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아
난 여길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다.
나마저 떠나 버리면 이 들녘에 깃든
우리의 추억이 모두 사라져 버릴듯하여
추억이 전부인
날 위해
난 여길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이 황량한 겨울이 지나고 다시 새봄이 올 때까지
그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버텨 내길 기도하며
난 여기
이 추억의 들녘에서
너희들을 다시 반기고 싶다.
난 지금까지 이 젊음이 지나감을 슬퍼하며
젊음을 허비하고 있었다.
젊은 날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아무것도 해 놓지 못 한 채
젊음을 허비해 버렸다.
그땐 알지 못했다.
그런 걱정 아닌 걱정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내겐 사치였으며 슬픔이었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세상을 짊어지고 싶다.
내 양어깨 위에
그 무거운 것을 얹혀 놓고 싶다.
그 누가 보아도 분명 세상이
내 양어깨 위에
얹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내가 느끼고 자랑스러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내 양어깨 위에
그 무거운 것을 얹혀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