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자에겐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잊혀진 자에겐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널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추억이 내 전부이기 때문이다.
숲 속에 나무가 있는 것처럼
내 속엔 너와의 추억이 당연하듯 가득 차 있는데
넌 이제 내 전부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잊혀지는 것이다.
난 분명 네 전부를 의식하고 있는데
넌 날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프다.
잊혀진 자에겐 함께 한 추억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내 부족함을 말없이 채워 주던 넌
언제나
내게서 기쁨을 알았다 눈짓했고
내게서 사랑까지 알았다 속삭여주었다.
내게 없는 걸 있게 만들어 주던 넌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이 연못에서
내게 기꺼이 연꽃이 되어준다 몸짓했다.
넌 언제나 내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지금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내 가슴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해주는
넌 내게 있어 연꽃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마음속에 넣어두고 산다는 것이
이리 어려운 줄
그 전엔 그저 막연하게 느꼈었는데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보며 보내는 눈빛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라 믿고 있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린 우리의 사랑을
서로의 눈빛과 몸짓으로만 보낼 뿐
아직도
우리의 믿음을 영원으로 이끌기 위한
세상의 시련을 받고 있다.
그저 믿음을 소중히 여기는 너와 내가 있기에
우리의 사랑을 가슴에 접어두고
애틋함 대신 얻은 영원한 추억이라 되 뇌이며
행복하다 자위하는 건
우리의 약속이 꿈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약속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믿음을 영원으로 이끌기 위한
세상의 시련을 받고 있다 확신하는 건
거울 속의 내 모습 때문이었고
만취한 네 모습 때문이었다.
종로, 포플러수, 그리고 조금밖에 내리지 않은 비...
너와 함께 걸어 놓은
마법의 주문.
네가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는다 해도
난 이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수많은 나날을 기억해 낼 수가 있다.
우리를 위해 모든 소리와 움직임까지 잠재워 주며
거리의 활기만을 느끼게 해 준 종로
늘 우리 곁에 있어 주었던 포플러 수
그리고 조금밖에 내리지 않은 비는
우리를 사랑으로 인도해 주었고
그날의 느낌을 형상화시켜 주었다.
난 마법의 주문과 함께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종로, 포플러 수, 그리고 조금밖에 내리지 않은 비...
눈을감고
마음속으로 그 주문을 되뇌이면
바람이 속삭이듯
지금처럼 이렇게
내게 그때의 우리 사랑을 노래해 준다.
널 사랑하고 싶다.
누구나 말하고 싶은 아름다운 사랑을
너와 나누고 싶고
종로 한복판을 연인처럼 거닐고 싶다.
오늘도 난 너와의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오늘도 넌 나와의 우정을 되뇌고 있구나.
하지만
난 아직 사랑이라는 말이 낯설어
널 좋아한다 말했을 뿐
아직 사랑이란 감정이 부끄러워
그걸 애써 우정이라 느끼려 했을 뿐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진실된 사랑이었다.
그냥
우리가 길을 가다 볼 수 있는
그런 이들의
그런 사랑이었다.
강가의 조약돌을 주우며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는
그 개울만큼이나 맑던 네 모습 속에서
난 내 수줍은 사랑을 시작하였다.
이른 가을 햇살을 닮아 가는 들녘은
우리에게 황금빛 사랑을 영글게 해 주었고
밤하늘의 별과 그만큼이나 밝게 빛나는 반딧불과
노래하듯 춤추는 실개천은
우리에게 사랑의 느낌을 속삭여 주었다.
시간이 멈추길 기도했던 그날 밤까지
우린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우릴 질투했고
너무나 빨리 우리에게 겨울을 가져다주었다.
황금빛 들녘의 낱알을
다 줍지도 못했는데 겨울이 오고 말았다.
영원한 사랑의 방법은 우정이라며
널 내 곁에 영원히 가둬 두려 했는데
난 그걸 지킬 수 없었다.
난 끝내 언제가 될지 모를 우리의 이별을 담보로
다른 방법을 이끌어 내었다.
언제부터인가 난 예전의 생각을 접어 두었다.
그러자
난 미친 듯이 그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 감정이 영원할 수 있다면
난 지금 이 감정을 영원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이 세상의 방법이라도
너와의 사랑을 영원으로 완성하고 싶다.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는
초조하면서 초조하지 않은 듯
이기적이지 않으면서 이기적인 듯
모질지도 않으면서 모진 듯
그런 자신을 감싸거나 깎아
남들과 다른 듯 같은
오묘한 너의 모습 때문이었다.
남들이 네 모습에 반해 널 닮으려 둥글고 싶어 할 때
넌 둥근 너의 모습을 네 모난 모양으로 깎으려 노력했고
그런 모습이 귀여워
네 모난 부분을 다시 둥글게 깎아 내는
내 모습 속에서
나로 하여금 다시 진정한 순수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내 영혼을 그나마 밝혀주는 넌
내게 있어 등불이고 내 영혼의 동반자였다.
내 영혼을 잊은 지가 언제 인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내 영혼은 언제나 내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난 그걸 너의 슬픈 눈동자 속에 비추어진 내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난 이제 다시 한동안 영원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려 할 것인데
쉽게 새길 수 없는 말이기에 새기기도 전에 벌써
내 영혼이 지켜보는 사이에 벌써
눈물이 나 버렸다.
지금의 난 머리와 가슴 사이에서
방황하다 지쳐 버렸고
그것들의 싸움이 끊이질 않아
날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난 날 위해 누구의 편에도 설 수 없었다.
애써 만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웃음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술잔을 비우면 비울수록
난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고
앞으로 내게 올 그 어떤 시간 속에서도 난 웃지 않았다.
내 머리는 내 가슴을 위해 농담을 건네지 않았고
내 가슴 역시 그런 역겨운 머리에게 얘기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난
셋이 되어 버렸다.
또다시 내게 소중했던 이를 잃었다.
내게 있어 친구란
달이 머무는 곳처럼 아늑한 곳이며
해가 머무는 곳처럼 포근한 곳이며
별이 머무는 곳처럼
내가 살고 있는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언제나 날
내가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해 주는 그런 존재였었다.
내 쉴 곳은 친구의 미소와 포근한 가슴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세상을 닮아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말라 버렸고
나도 모르게 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었나 보다.
조그마한 실수조차 인정되지 않는
이삭막한 세상을 닮아가지 않으려
세상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 살고 싶었지만
난 어느덧 이 세상에 익숙해져
그냥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그나마 남은 내 감성을 느끼며 날 저주하고 있다.
다음 친구를 떠나보낼 때
또 이렇게라도 슬퍼해야 할 텐데
이제 이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
난 날 저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면
우리의 관계는 불안해지겠지
그렇겠지
우리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 중 몇이나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우리 사랑은 언제까지 내 가슴속에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변질되지 않는 건 세상에 없다지.
너 역시 무엇인가 비어 있는 듯한 이 세상에서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었을까
넌 어땠을까
너 역시 사랑의 의미를 희석해 버리는 걸 못 마땅히 여겨
그들과 동화하길 거부하고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진정한 사랑을 배울수 있었을까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난 용기가 나질 않는다.
너도 그렇겠지.
우리 사랑도 이렇게 세월에 묻혀가는가 보다.
눈뜬 밤하늘과
눈 감은 내 머릿속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너의 모습은 암흑 속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고
지금의 난 애써 널 보려 하지 않았다.
술로 지새운 지난날의 아픔을 떠올리긴 싫지만
나의 옛 모습을 애써 지우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이 모든 것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간직하며
새롭게 태어나길 기도할 뿐이다.
내 영혼의 사랑이 그리움으로 남으려는지
더 이상의 눈물을 아끼라 내게 말을 한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질 때마다
내 영혼의 사랑은 점점 야위어 갔고
이제 그리움으로 남길 만큼의 사랑밖에 남지 않았는데
난 비가 오는 날이면 언제나 네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그 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렸고
더 이상 너로 인한 그리움마저 흘려버리면
다시는 널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게 남은 사랑을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기에
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내 맘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내가 울고 있는지
더 이상 흘릴 수 없는 내 소중한 너와의 추억을
나도 모르게 그만 흘려버렸는지
이제 난 더 이상 그때처럼 슬퍼하지 않는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곁에 다가오지만
사랑이 떠나갈 땐 모두들 슬퍼한다.
무엇 때문에
왜 우린 그 사랑을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것일까.
그 사랑이 오기 전엔 슬프지 않았는데
단지 그 사랑이 오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인데
그뿐이었는데
어린 난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 사랑을 떠나보낸 후에야
난 그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랑이 떠날 때 남긴 추억의 흔적이
가슴 이곳 저곳에서 뿌리를 내려
그리움이 열매를 맺어 버려
비어있던 사랑의 자리에 수없이 많은
그리움의 열매로 가득 채워져 버려
내가 감당 할 수 없이 많은
그리움의 열매로 가득 채워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너와의 첫 키스를 생각하며
내 가슴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널 생각하며
난 옛 추억에 잠겨 버렸는데
넌 지금 나와의 어떤 추억을 생각하며
미소 짓고 있니?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의 추억은 너와 내가 만난 시간보다
길게 느껴지고
그 짧은 첫 키스는
밤새 생각해도 뭐라 형용할 수 없어 미소짓던 추억이
지금의 날 또 미소 짓게 한다.
순간의 느낌이 하룻밤의 추억이 되어 버렸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한도 없고 끝도 없는 같은 생각의 반복도
나의 기쁨을 야위게 만들지 못했다.
추억이 되어버린 내 첫사랑을 그리며
오늘도 미소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지난날의 방황이
헛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젊은 날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기에
인생이 아름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