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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Oct 29. 2016

새로운 사랑

내 나이 스물 하나 그땐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기성세대


이 땅의 젊은이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랑」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사랑의 슬픔을 아는 젊은이들은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고뇌와 슬픔으로

수많은 밤을 홀로 지새우고 있고

이별의 슬픔 또한 그들의 슬픈 흑백 영화만큼이나

진지하고 애절하다.


그들의 순결보다 더 맑고 깨끗한 순결이 있고

더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슬픈 흑백 영화만큼이나 많은 고뇌와 슬픔이 있는데

그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틀에 우리를 맞추려 하고

그들의 젊은 시절은 비닐봉지에 담아 숨이 멎어 버렸다.


그들이 「혈기」라고 느끼고 행동한 그 모든 것은

우리가 해서는 안될 그들만의 시행착오라 스스로를 각인했고

그들만의 술자리 안주 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혈기를 무시하려 한다.

사랑의 무모함은 젊은이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데

그들은 그걸 잊어버렸다.


그들은 그걸 비닐봉지에 담아 죽여 버렸다.   

  



엇갈림


내 나이 스물 하나

그땐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내 기억 속 성년의 날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Mr Coffee」에서의 기다림은

너의 촉박했을 순간만큼이나 가슴 저미는 순간이었다.


도시의 거리는 날 축복해 주듯 사랑으로 넘쳐흘렀는데

난 여전히 「Mr Coffee」의 한 모퉁이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웃으며 나타날 널 그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터질 것 같은 내 머리를 부여잡고 거리를 헤맬 때

너 역시 날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난 알지 못했었다.


그땐 넌 날 찾고 있었고 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땐 난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서로의 엇갈림은 그때로 충분했는데

네가 떠나 버린 순간까지 우리의 엇갈림은 계속되었다.

그때 그 순간까지도...



새로운 사랑


내게도 다시 사랑을 할 시간이 찾아왔다.


너와의 모든 추억을 가슴 한구석에 정리해 놓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었다.


언제나 사랑의 슬픈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는

나의 미소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이였다.


그녀의 슬픔은 나의 슬픔과 같았고

그녀의 고뇌 역시 나의 그것과 동일했다.


우린 서로의 과거를 감싸주며

한잔의 술을 기울일 줄 알았고

서로의 푸념 섞인 미소는 안주로 충분하였다.


그러한 그녀가 나의 곁에서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 있다.


내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

오늘부턴 면도를 하고 흰 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그녀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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